포항 시민.경제계, '지역경제 악영향' 우려
검찰이 포스코의 세무조사 무마의혹과 관련, 대구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하자 포스코 임직원들이 향후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검찰의 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다음날인 4일 포항에서 예정대로 범포스코 차원의 최대축제인 'IF(Innovation Festival) 2008' 행사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는 예외없이 이구택 회장도 참석했다.
이 회장은 'CEO와의 대화' 시간에서 참석한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에 이같은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를 한다니 여러분들도 걱정이 될 것"이라며 "말이 말을 낳고 그 말로 인해 온갖 억측도 생기니 나도 말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는 관계기관에 맡기고 우리도 관계부서에서 차분히 대응하고 있으니 직원들은 동요하지 말고 오로지 본업무에만 충실해달라"고 당부했다.
행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포스코의 한해 성과를 점검하고 공유하는 축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으나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전날 터진 악재로 평소와는 달리 걱정과 우려섞인 표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행사에 참석하는 동안 세무조사 의혹과 관련한 언급은 없이 한해동안 노력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앞으로 회사발전을 위해 더욱 증진하자는 당부와 함께 직원들과 이틀을 함께 지낸 뒤 5일 상경했다.
이 회장은 '지금은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행사기간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피하면서 검찰수사에 따른 충격으로 간혹 침통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는 것이 주위의 전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에 왜 이같은 악재가 자주 터지는지 모르겠다"며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처음부터 포스코라는 이름이 거론된 점에서 회사 이미지와 국제 신인도 추락 등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포항지역도 지역경제의 주축인 포스코의 세무비리 무마의혹 사건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포항 경제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제한파로 국가전체가 경제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기에 포항지역 경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포스코의 위축은 곧바로 포항경제 위축과 직결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포스코 외주업체 관계자도 "경제가 최악인 시기에 포스코라는 대기업이 타격을 받는다면 국가는 물론 지역경제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이런 사건이 터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 사무소측은 "검찰 수사의 진행과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뭐라고 할말이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 내부적으로는 비윤리적 행위가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 사무소 직원들은 그러나 포스코가 정권 교체기마다 회장 교체 등 몸살을 앓아온 만큼 이번 사태가 어떤식으로 전개될지 확신할 수 없다며 적지 않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포스코는 박태준, 황경로, 김만제, 유상부 등 역대 회장들 대부분이 새정권이 들어설 때에 맞춰 교체됐으며 일부는 검찰 수사 등으로 퇴진 압박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들어선 올해 초에도 이구택 회장이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으며 공기업 비리조사가 시작되자 'KT 다음은 포스코'식의 루머가 적지 않게 회자됐었다.
포스코 직원들은 "지배구조가 선진화되고 경영이 투명해진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가 민영화와 소유분산의 결과 주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권교체기마다 심한 외풍을 타는 일이 계속된다면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일"이라며 "더우기 요즘과 같은 경제위기 때 이번 사건이 '기업 흔들기'로 판명난다면 주주와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