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손보 15곳 지급여력비율 150% 미달
주식, 채권 등 자산 가치의 하락으로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자본 확충을 권고하고 나섰다.
8일 금융감독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150% 이하로 떨어진 보험사가 생명보험사 9곳, 손해보험사 6곳 등 모두 15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로 제때 보험금을 줄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100% 아래로 떨어지면 금감원이 적기시정 조치를 내리고 150% 이하가 되면 통상 자본 확충을 권고한다. 150%가 넘으면 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생보사 중 150% 이하인 곳은 네덜란드계 ING생명, 하나HSBC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영국계 PCA생명, 미국계 AIG생명, 동양생명 등 9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손보사 중에는 제일화재, 롯데손해보험, 프랑스계 교보AXA자동차보험, 미국계 AIG손해보험, 현대하이카다이렉트자동차보험 등 6곳의 지급여력비율이 150%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악화된 것은 금리의 고공행진과 주가 하락 때문이다. 보험사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채권에 운용하는데 금리 상승은 채권값의 하락을 의미해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주식은 보험사들이 주력해 자산을 운용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세법 규정상 주가가 하락해 생보사들이 판 변액보험에서 손실이 나면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보험사들에 자본 확충을 권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발(發) 금융위기 때문에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채권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졌다"며 "자금 시장 상황이 앞으로도 불확실하고 더 경색될 우려가 있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생보사 중 10곳, 손보사(종합 손해보험사 및 온라인 자동차보험사) 중 5곳이 증자 또는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 15곳 중에는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넘지만 공격적 영업 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자본 확충을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여력비율은 신규 계약이 크게 늘어나는 경우에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영국 HSBC의 합작사인 하나HSBC생명의 경우 하나금융과 HSBC가 각각 200억원씩 모두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연말 이전 실시할 계획이다. ING생명도 연말 이전 네덜란드 본사로부터 돈을 빌려오는 후순위 차입 형태로 3천500억원가량 자본을 늘릴 예정이다.
또 미래에셋생명은 1천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준비 중이며 KB생명, PCA생명, 그린손해보험 등도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여기에 규모만 확정되지 않았을 뿐 자본 확충을 계획 중인 보험사가 추가로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말 이전에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보험사들이 모두 저마다의 자구책을 통해 이를 개선하겠다고 했다"며 "갑자기 건전성이 악화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생보사들은 변액보험에서 투자 손실이 나면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지도록 한 규정이 불합리하다며 국세청을 상대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변액보험은 이익이 나든 손실을 보든 투자 성과가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어서 회계기준상 보험사의 손익으로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세법에선 이와 달리 변액보험에서 평가 손실이 나면 지급여력금액이 줄도록 돼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