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9일 지급준비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한국은행은 타당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급준비율 인하 요구를 수용한 만큼 1년후에나 인하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 "지준율 내려라"
그동안 지급준비율을 내려달라는 요구는 주로 은행들에서 나왔는데 급기야 여당 정책위 의장까지 나섰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은이 지급준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그동안 금리를 인하하는 등 자금을 풀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지만 모든 가능한 수단을 다 점검해 현실에 맞게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정책위의장은 "현재의 지급준비율은 과거에 물가가 오르고 시중에 부동자금이 많을 때 이를 수습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러한 지급준비율이 지금 경제 상황에 맞는 것이냐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의 자금 상황을 극복하는 데는 한은도 협조해야 한다"며 "지급준비율을 내려서 시중은행 쪽으로 돈을 풀 수 있도록 하는 게 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들은 수신액의 일부를 한은에 예치하고 그 나머지를 대출자금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그 예치비율이 지급준비율이다. 따라서 이를 내리면 그만큼 은행의 대출 여력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 인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다.
◇ 한은 "타당성 없다"
그러나 한은은 이미 은행권의 지급준비율 인하 요구를 반영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그동안 예치금에 대한 이자 때문에 지준율 인하를 주장했고 한은은 이를 수용해 5천억원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지난 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해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부총재보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지급준비율을 낮추게 되면 유동성 확대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걸리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 효과를 빨리 보려면 지급준비예금에 대한 이자지급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주일만에 또다시 지준율 인하 요구가 나온데 대해 한은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지준율을 현행 평균 3.5%에서 2.7%로 0.8%포인트 내렸을 경우 은행들이 1년간 확보하는 이자가 5천억원으로 계산돼 이를 지급하는 것인 만큼 지준율 인하여부는 앞으로 1년후에나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행 기준금리 목표제에서는 지준율을 내리면서 통화가 풀려도 이를 통안증권 등으로 환수해야 하는 만큼 결과적으로 지준율 인하는 은행들에게 예치금에 대한 이자를 돌려주는 결과만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임 정책위 의장이 지준율과 관련한 조치 등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지준율 인하에 대해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