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특정한 정책적 목적에 의해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감면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는 올 한해만 3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가 비과세·감면에 쓰인다는 조세지출보고서가 제출됐다.
이 보고서에는 각각의 조세감면제도에 대한 근거규정, 수혜자, 수혜내용과 연간 지원규모 등의 내역이 명시돼 있다. 이는 세금을 무분별하게 깎아주지 않기 위한 정부와 국민의 약속인 셈이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조세지출보고서의 세부 항목별로 보면 정부가 감면 규모를 추정하기 어렵다는 제도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조세지원이 되는 189개 비과세·감면 제도 중 감면 규모에 대한 '추정곤란' 항목은 총 16개(8.5%)로 집계됐다.
재정부는 ▲공장·학교 등의 급식용역제공 ▲농어업경영 등 대행용역 ▲학교시설 이용 재화·용역 ▲희귀병 치료제 ▲공동주택 관리용역 및 국민주택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규모를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금영수증 사업자에 대한 부가세액 공제,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저율과세를 비롯해 농가부업소득 비과세, 전통주 제조소득 비과세 등도 '추정곤란' 항목에 포함돼 있다.
특히 이들 '추정곤란' 제도 가운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던 공동주택 관리용역 부가세 면제제도는 오는 2011년까지 일몰이 연장될 예정이다.
비과세·감면제도는 궁극적으로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납세자들과의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매년 실효성 없는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원하게 정비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세입예산을 관리해야 하는 재정부가 얼마나 세금이 깎이는지 모른 채 제도를 운용하고, 또 연장하고 있다는 점은 재정관리의 허술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