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설에 이어 이번엔 입각설이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총리설에 이어 이번엔 계속되는 개각 논란과 맞물려 친박 인사 입각 관측이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
이번엔 징후도 그럴듯하다.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이 잇따라 친박 의원들과 회동을 가진데 이어,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도 친박 인사들과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
양측 모두 연말을 맞아 국회 협조 차원에서 만남일 뿐이고 계파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어찌됐든 그간 눈한번 마주치지 않던 양측이 갑작스레 자주 만나는 셈이어서 공교롭다면 공교롭다.
정 실장은 지난 6일 박종근, 이해봉 의원 등 친박 중진들과 회동한데 이어 7일에는 정두언, 유승민, 김성조, 임태희 의원과 만찬을 함께했다. 맹 수석도 허태열 최고위원을 비롯해 친박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한데 이어 8일에는 김무성 의원과 단독으로 만났다.
특히 맹-김 회동에선 국정운영과 관련해 속깊은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입각설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하고 통합의 정치를 하는 것이지, 박 전 대표측에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전달됐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청와대에서 친박 기용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벌써 정무, 행정안전, 지식경제 등 일부 자리를 놓고 김무성, 허태열, 최경환, 유승민 의원 등 하마평까지 거론된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선 일단 제안이 들어온다면 심각한 위기상황인 만큼 진지하게 검토해야할 일이라는 분위기와 인사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이 혼재돼 있다.
물론 양쪽 모두 문제는 신뢰다. 전자는 신뢰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신뢰 회복이 있을 수 없다는 짙은 회의가 배경이다.
한 친박 중진은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요한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전체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대통령이 무시하려 하는 것이고, 저쪽에서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이제부터 잘 하자는 계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런 것 없이 그냥 들어와서 장관하라고 하면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한 핵심 측근은 "우리가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지만, 나라가 이렇게 어려운데 힘을 합쳐서 일을 하자고 하면 진지하게 고민하고 힘을 합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단박에 거절할 일도, 단박에 받을 일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측근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이 전 대통령이 진짜 생각이 있다면 박 전 대표에게 직접 접촉을 해야 한다"면서 "큰 틀의 공감대 형성없이, 자기들끼리 친박 인사 가운데 누구를 넣겠다거나 양해없이 개인에게 접촉을 한다던가 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날 불교방송에 출연해 "친이니 친박이니 국민 보기에 별로 좋지않은 모습인데, 비상내각을 구성하는데 정파적 이해에 기초를 해서 조각을 한다면 그 자체가 신뢰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가 된다"면서 "인사권자로서 천하의 인재를 구한다는 생각에서 탕평책으로 접근하면 되는 것이지 특정 계파에 특정 몫을 주면 그 자체가 신뢰의 위기"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허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는 각료 추천도 안 하실 거다. 그 분의 성품으로 보면 그런 책임없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도 친박측도 설만 무성할 뿐이지, 실제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게 보는 게 사실이다.
허 최고위원은 "시도 때도 없이 박근혜 역할론을 이야기하고, 있지도 않은 총리설을 이야기하는데 우리로서는 당혹스럽고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안타깝다"고 했고, 한 측근은 "언론만 앞서나가는 것이지 청와대 분위기로는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 같다. 이미 두번이나 전례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에 무슨 문제가 그렇게 크냐"면서 "누구누구를 만난다느니, 누구를 만나는게 그렇게 크냐. 때도 아닌데 자꾸 그런 말이 나오는지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