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선거 자금 모금, 거액 뇌물수수…불명예 청장 '오명'
폐쇄적 권력기관 한계…국세청장 자리는 '독배(?)'
꼬박 1년여를 끌어온 '전군표 前국세청장' 뇌물수수 사건이 마침표를 찍었다. 결론은 유죄 확정. 대법원은 11일 전 前국세청장이 제기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 추징금 79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무죄 가능성에 걸려 있던 일말의 희망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완전히 사라진 셈. 아울러 이 사건을 둘러싸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던 국세청도 이 사건이 40여년 국세청 역사의 '치욕' 중 하나로 기록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단 전 前국세청장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국세청은 여전히 또 다른 '불안요인'을 안고 가야할 형편. 건설업자가 개입된 대형 금품수수 사건에 연루 최근 구속된 이주성 前국세청장이 최근 알선수재 혐의로 정식 기소됐기 때문이다.
전직 국세청장들의 수난사(受難史)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 전직 국세청장 수난사(受難史)= 국세청장 출신들의 '수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제16대 국세청장을 지낸 이주성 前국세청장이 금품수수 사건에 연루돼 구속 기소, '사법처리 국세청장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966년 개청 이래 16명의 국세청장이(現 한상률 국세청장 포함) 배출되는 동안 이 前국세청장을 포함해 6명의 국세청장 출신들이 권력형비리,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옥고(獄苦)를 치렀다.
국세청장 자리는 막강한 힘과 명예를 동시에 품고 있는 자리. 그러나 폐쇄적 조직운영이 여전한 권력기관 국세청의 한계로 인해 이면에는 각종 유혹의 손길이 도사리고 있다.
화려하지만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독버섯'과 같은 자리인 셈. 이는 비리와 뇌물 사건에 연루, 국세청 역사의 치욕적인 한 페이지를 장식한 불명예 국세청장들로 인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 DJ정부 이전의 '불명예' 국세청장들= 서영택 前국세청장(제7대) 이전까지는 군인출신 국세청장들이 재임했다. 초대 이낙선 前국세청장을 포함해, 오정근(제2대), 고재일(제3대), 김수학(제4대), 안무혁(제5대), 성용욱(제6대) 前국세청장은 모두 군인출신.
불명예 국세청장 역사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전두환 정권시절 국세청장을 지낸 안무혁, 성용욱 前국세청장이었다.
이들 두 전직 국세청장은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각 안기부장과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기업체 등으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했다. 이들은 별탈 없이(?) 지내다 10년 뒤인 1996년 나란히 법정에 올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성 前국세청장은 재임시절 대선자금 모금과는 별도로 '집안단속'에 실패, 재임 9개월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본인이 직접 금품을 수수한 것은 아니지만 부인이 기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불거져, 국세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영삼 정부(문민정부)의 끝자락을 국세청장으로 지낸 제10대 임채주 前국세청장은 국세청 개청 이래 최대의 추문인 '세풍사건(불법 대선자금 모금)'에 연루, 사법처리(징역 1년, 집행유예 3년)됐다.
1966년 개청이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을 통틀어 9명의 국세청장 중 3명이 사법처리, 불명예 국세청장의 오명을 뒤집어쓴 셈. 이들의 공통점은 개인적 뇌물수수가 아닌 정치후원금 모금 등 '권력형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이다.
□ DJ정부 이후의 '불명예' 국세청장들= 김대중 정부 이후 불명예 국세청장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국세청장들의 공통점은 개인적인 '뇌물비리' 사건에 연루, 사법처리를 받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어두운 이면이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어느 정도 사라지면서 국세청장이 연루된 사건·사고의 '패턴'도 달라진 셈. 권력형비리 성격도 일부 포함된 케이스도 있지만 대부분이 개인 뇌물비리로 초라한 말로를 보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통틀어 배출된 국세청장은 이건춘, 안정남, 손영래, 이용섭, 이주성, 전군표 前국세청장 등 총 5명. 이 가운데 3명이 비리사건에 휘말려 구속됐고 1명은 비리의혹에 시달렸다.
제13대 손영래 前국세청장은 2003년 3월 퇴임과 함께 기업체로부터 2000만원 상당의 '용돈'을 받아 쓴 혐의로 구속됐다. 이 와중에 썬앤문 그룹 세무조사 감세지시 사건까지 겹쳐져 징역형을 살았다.
제16대 전군표 前국세청장은 부하직원으로부터 8000만원 상당의 인사청탁성 뇌물을 상납받은 혐의로 인해 지난 2007년 구속 기소됐다. 전 前국세청장은 현직 국세청장 신분으로 수갑을 차는 사상 초유의 '망신'을 당했다.
전 前국세청장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징역형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유죄로 결론지어졌다.
제15대 국세청장이었던 이주성 前국세청장도 최근 건설업자가 개입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前국세청장은 여전히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재판과정에서 무죄 입증 등 여지는 남아 있는 상태다.
1999년 5월 취임, 과감한 국세행정 개혁을 추진했던 안정남 前국세청장의 경우 뇌물사건 등에 연루되지는 않았지만 부동산 투기 등 개인 축재 의혹이 불거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당시 언론사 세무조사 등 일대 파란을 일으킨 바 있던 안 前국세청장은 퇴임 후 건교부 장관으로 발탁됐으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얻어맞고 장관 취임 23일 만에 스스로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