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고, 재정건전화를 위해 현금 수입업종과 전문직에 대한 세원 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일몰 예정인 비과세·감면제도와 관련, 우선적으로 고소득층과 대기업 지원에 대한 제도를 축소하고, 농어민과 중산 서민층에 대해서는 세제상 우대를 지속하기로 했다.
당초 재정부는 재정건전성과 조세형평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로 일몰 예정 비과세·감면을 과감히 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최근 한나라당의 주문에 따라 중산 서민층 등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일몰 예정인 비과세·감면제도를 살펴보면 정부의 방침대로 정비할만한 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비과세·감면제도의 대부분이 중산 서민층과 중소기업 지원제도이기 때문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올해 일몰예정인 82개 제도 가운데, 대기업 관련 지원은 연구·인력개발 설비투자, 생산성향상시설 투자, 기술취득금액 등에 대한 세액공제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제도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어서 정비하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특히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대표적인 대기업 관련 제도지만, '경기 조절용'이라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정비가 어렵다. 실제로 이 제도는 지난 1982년 도입 이후 거의 매년 연장되고 있다.
이들 비과세·감면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도는 중소기업 지원, 서민 중산층 및 농어민 지원, 투자촉진 등의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지난 23일 야당 의원들은 올해 일몰예정인 농어민 지원 관련 제도를 연장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들을 볼 때, 재정부의 비과세·감면방침은 올해도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도 재정부는 비과세·감면을 '제로 베이스(zero-base)'에서 재검토해 대폭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줄어든 항목은 3개 정도에 불과했다.
막연하게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 것보다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때 실효성 없는 제도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정비 방침을 내놓는 게 낫지 않을까.
매년 비과세·감면에 대해 스스로 '양치기 소년'이 되고야 마는 재정부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