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00만원씩 5%의 금리를 주는 은행 적금에 1년간 가입했다면, 60만원의 이자가 붙게 돼 원금까지 총 1260만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자소득의 일부는 세금으로 내기 때문에 실제 받게 되는 돈은 1250만7600원 정도다.
이자소득에는 14%의 세율이 적용되며, 여기에 주민세까지 합하면 총 15.4%의 세율이 매겨져 이자소득 60만원 중 9만2400원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높은 세율이 매겨져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자나 배당 소득이 연간 4000만원 이상이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기 때문에 근로소득, 임대소득 등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과세돼 세율이 훨씬 높아지게 된다.
이자소득이 연간 4000만원이 되려면, 금리를 5%로 봤을 때 통장에 고정적으로 있는 돈이 8억원 이상이어야 가능한 일이므로, 소위 '금융부자'여야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은 도입 당시인 2001년 부부합산 4000만원 이상이었으나, '부부합산'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아 '개인별도'로 변경돼 사실상 기준금액이 8000만원 이상으로 완화됐다. 부부가 합쳐 통장에 16억원 이상이 있어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헌재 위헌 결정으로 과세기준 금액이 높아졌음에도, 이에 대한 조정 없이 그대로 유지돼왔기 때문에 제도 도입 당초 취지인 과세형평성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 과세형평성 못 살리는 '기준금액'=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아무런 노력 없이, 통장에 돈을 넣는 것만으로 얻어지는 불로소득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더불어, 금융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해 과세형평성과 부의 재분배를 촉진하자는 뜻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면, 금융소득과 근로소득을 합해 매겨지는 종합소득에 대한 세율과 분리과세로 그냥 금융소득에 매겨지는 15.4%의 세율 중 더 세금이 많이 나오는 쪽을 선택해 과세하게 돼 있다.
그러나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도입됐던 목적처럼 과연 과세형평성과 부의 재분배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도입됐던 시점에는 과세기준 금액이 부부합산 4000만원이었으나, '부부합산'이 헌재의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사실상 과세기준 금액이 8000만원 이상으로 상승했음에도, 이에 대한 조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과세기준 금액을 2000만원 또는 1000만원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입법발의가 이뤄져왔고, 정부에서도 중장기적인 조세개혁 중 하나로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을 인하해 과세대상을 늘리자는 발표가 있었지만, 번번이 "자금의 해외이탈, 경기 악영향"을 이유로 실현된 적이 없었다.
과세 형평성을 실현하지 못하는 등 도입 목적에 맞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을 조정하는 일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금융시장이 어려운데, 조세원칙만 따지고 있느냐는 비판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좋을 때 역시 "이제 금융시장이 성장하려는데, 새싹을 자르려고 하느냐"는 이유로 기준금액을 상향조정하는 일은 번번이 반대에 부딪쳐왔다.
보통 우리나라는 목돈이 생기면 예금을 하기보다, 땅이나 집을 사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주식투자 등에 사용하기 때문에 예금 금액이 16억원이나 된다는 것은 수십 억대 부자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한 조세전문가는 "술, 담배 등 외부불경제 품목의 세금을 인상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서민증세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외부불경제도 외부불경제지만, 조세형평성에 맞게 세금이 거둬지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