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기업과 결탁해 기업 가치를 부풀려 주는 등 부정을 저지른 회계사들과 기업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권오성)는 5일 부실기업에서 돈을 받고 기업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주거나 정기 회계감사를 통과하도록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준 혐의(공인회계사법위반 등)로 N회계법인 소속 김모(37)씨 등 공인회계사 4명을 구속 기소하고,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건네고 허위 회계를 부탁한 혐의(배임 등) 등으로 C사 임원 박모(30.구속)씨를 비롯해 부실기업 관련자 등 15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김씨 등 3명이 지난해 5월께 D사 대표이사 이모(50)씨의 부탁으로 15억원에 사들인 기업의 가치를 170억~2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허위 평가 해주고 1억1천만원을 받는 등 지난해 각종 청탁의 대가로 모두 3억6천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부실 기업이 상장 폐지될 위기를 막아달라는 청탁을 받거나 정기 회계감사에서 `적정' 의견이 나올 수 있게 허위서류를 꾸며주는 대가로 돈을 받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기업 관계자 가운데 일부는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서류를 꾸며달라고 하거나, 공금을 횡령한 뒤 이를 숨기기 위해 헐값에 사들인 기업 가치를 부풀려 고액에 인수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기업 관계자는 회계사들과 짜고 과대 평가된 업체를 사들이겠다는 명목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이익을 취하려 하기도 했으며, 부실기업이란 점을 숨긴채 사채를 끌어와 유상증자를 하고서 증자대금을 인출해 사채를 갚는 등 가장 납입을 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3월께 D회사 대표이사 이씨와 한 은행 지점장 안모(50)씨 등이 공모해 기업 인수ㆍ합병(M&A) 자금을 조달하려고 은행에서 고객 예금 100억원을 불법 인출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회계 부정 행위가 빈번히 일어난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이번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들 기업 소액투자자들은 회계사들의 기업 가치평가를 절대적으로 믿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회계 관련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처벌조항을 신설하고, 회계감사 방해 형량을 형법상 상향 조정하자는 취지의 입법 건의를 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