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6일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 발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부자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바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회원들이다.
우리나라 기부문화를 선도하고 진정한 나눔의 가치를 창조하고자 설립된 이 클럽의 회원들은 여느 사회 고위층이나 부유층, 기업 모임과는 가입 기준이 전혀 다르다.
즉 지위가 높거나 재력이 있다고 해서 가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개인의 경우 1억원 이상(연간 1천만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기부하기로 약정해야 하며, 법인은 연간 30억원 이상을 베풀어야 한다.
남들이 선뜻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을 하는 만큼 이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명예가 돌아간다.
이들은 공동모금회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영구 보존되고 지원사업 명칭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웃돕기 유공자' 훈ㆍ포장 대상자에 우선 추천되는 등 혜택이 있다.
현재 이 모임에 가입된 공식회원은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대표, 류시문 한맥기업 회장, 정석태 진성토건 회장, 우재혁 경북타일 대표, 최신원 SKC 회장,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박조신 아름방송 회장, 박순용 인천폐차사업소 회장, 홍명보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 등 9명이다.
이들처럼 회원 가입 사실을 공개해 적극적으로 기부 문화 확산에 나서는 공식회원과 달리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숨어서 사랑을 실천하는 비공식 회원도 20명이 있다.
비공식 회원도 모두 1억원 이상의 기부자들이다. 공개 활동은 하지 않지만 공동모금회 내부 행사나 보고회에 참석하며 `음지'에서 기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이 노출을 꺼리는 데는 나름대로 여력을 다해 기부하고 있지만 외부로 알려질 경우 또 다른 기부 요청이 잇따르는 왜곡된 기부 문화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고 공동모금회는 설명했다.
아너 소사이어티에는 14개 법인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삼성(200억원 기부)을 비롯해 현대기아차그룹, SK, LG, 포스코(이상 100억원), 국민은행(80억원), 롯데(40억원), 한화(32억5천만원), GS, 현대중공업그룹, 한진, 신한금융그룹, 금호아시아나, 두산(이상 30억원) 등 모두 국내 굴지의 그룹들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미국의 고액기부자클럽인 `토크빌 소사이어티(Tocqueville Society)'를 본떠서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전 회장을 비롯한 2만명이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기부금이 연간 5천억원에 이르는 토크빌 소사이어티에 비하면 아너 소사이어티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인 홍명보 이사장은 "경험을 한 번만 하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 선뜻 손이 가지 않고 경험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처음만 이겨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실천의 기쁨'을 설명했다.
자신을 80대라고 밝힌 비공식 회원 구모씨는 "주변에 재력있는 친구가 많아 기부를 권유하고 있는데 반응이 없다. 대개 자수성가해 재산가가 됐기 때문인지 돈을 모을 줄만 알았지만 쓸 줄 모른다"며 "나도 처음엔 망설였지만 작게 시작하더라도 실천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