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주요 사건 수사 차질" vs 법원 "구속수사 능사 아냐"
최근 부산지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법원이 잇달아 기각하면서 양측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3일 부산지검에 따르면 지검 외사부는 최근 세관 공무원에게 전달하라며 관세사 사무실 직원에게 3천200만 원을 준 혐의(제3자 뇌물교부) 등으로 중고차량 수입업무 대행업자인 오모(35), 김모(35)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법원은 "이들이 전달한 돈이 공무원에게 전달됐는지 분명하지 않고 돈을 준 이유도 뇌물제공의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법원의 결정에 반발해 22일 구속영장을 재청구 했으나 법원은 같은 이유로 다시 기각했다.
또 법원은 부산지검 특수부가 최근 취업비리를 수사하면서 구직자에게 9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부산항운노조 조합원 W 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그러나 W 씨는 잠적했고, 검찰이 추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부산고법 형사1부가 택시부제 개선 및 사납금 인상과 관련한 노사협상을 진행하면서 사측 대표로부터 총 2억5천8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모(55) 한국노총 전 부산본부 의장을 항소심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보석으로 석방하자 검찰이 강력히 반발했다.
이밖에 중소기업이 보유한 휴대전화 부품 제조 기술을 중국 현지에 법인을 신설하는 방법으로 유출하려 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찰이 최모(46) 씨 등 5명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구속수사만이 능사가 아니므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거나 이미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된 피의자에 대해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방어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 해석에 대한 견해 차이를 보일 수도 있지만,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주요 사건의 수사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