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와 세법]결산조정, 신고조정으로 변경될까?

세법상 손금한도 만큼만 '신고조정' 검토-"세수감소"우려

내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상장기업 및 일부 금융회사에 도입되면 무형자산 상각 및 대손충당금을 산정하는 방식이 달라져 법인세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무형자산(비한정 내용연수)은 결산조정사항으로 손익계산서에 상각비로 계상해야만 세법에서도 손금(비용)으로 인정하는데,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사실상 상각이 중단돼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하게 되는 금액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현행 기업회계기준(K-GAAP)은 법인세법에 따라 무형자산(비한정 내용연수)에 대해 20년 내에 정액법으로 상각하는 내용을 준용해왔으나, 국제회계기준은 매년 손상평가를 통해 손상징후가 발생한 때에만 감액을 하도록 돼 있다.

매년 일정액을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처리해 결산조정을 통해 손금으로 인정받았으나,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손상징후가 발생할 때 외에는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처리할 금액이 없어 손금으로 인정받을 비용 또한 사라지게 된다.

손금으로 인정받아왔던 비용이 사라진다는 것은 결국 법인세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는 의미.

이에 따라 상장기업들은 결산조정사항을 신고조정사항으로 변경해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아도 '신고'를 통해 손금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세제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결산조정사항을 세법상 손금한도 내에서 신고하도록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세수 등을 고려해야 하는 재정부로서는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손금한도보다 적은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해왔던 기업들은 결산조정이 신고조정으로 바뀌면 손금한도 만큼 채워서 비용으로 신고할 것이기 때문에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국제회계기준 때문에 기업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는 게 재정부의 입장. 또 신고조정으로 변경했을 경우 비상장기업들의 세무조정 부담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 IFRS도입되면 세금부담 늘어난다-왜?=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줄어들어 결산조정을 통해 손금산입되는 비용이 감소해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된다.

영업권 등 무형자산(비한정 내용연수)의 상각, 대손충당금 설정, 퇴직급여충당금, 비상위험준비금, 투자부동산의 감가상각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영업권을 상각한다고 하자. 영업권은 세법에서 5년을 기준으로 20% 전후 기간 내(4~6년)에 정액법으로 상각하도록 하고 있다. 이럴 경우 보통 기업들은 최대한 빨리 상각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4년을 기준으로 상각하게 된다.

10억원짜리 영업권에 대해 4년 동안 매년 2억5000만원씩 상각을 하고, 해당 비용은 손익계산서에 계상돼 결산조정을 통해 손금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매년 손상평가를 통해 손상이 발생했을 경우에만 비용으로 계상해야 한다. 어떤 해에는 손상징후가 없어 감액되는 금액이 '0원'일 때도 있고, 어떤 해에는 5억원이 한꺼번에 감액될 수도 있다.

감액금액이 0원일 때는 손익계산서에 처리할 비용도 0원이므로 손금으로 인정할 금액이 없게 된다. 반면 감액평가 금액이 5억원이라면 손익계산서에 5억원으로 처리하지만, 세법상 손금한도는 2억5000만원에 불과해 나머지 2억5000만원을 손금불산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법인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보험업의 비상위험준비금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회계기준은 비상위험준비금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손익계산서에 비상위험준비금을 처리할 수 없다.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비상위험준비금으로 처리하면 누적액 기준으로 단기손해보험 경과보험료 합계액의 50%(자동차보험 40%)를 한도로 손금산입해 왔으나, 국제회계기준에서는 비상위험준비금 자체를 손익계산서에 계상할 수 없어 손금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 결산조정→신고조정 검토…'세수감소' 우려= 상장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으로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처리하는 금액이 감소하기 때문에 현재의 결산조정사항을 신고조정사항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업권(비한정 내용연수)의 경우 손상징후가 발생하지 않아 감액금액이 0원이지만, 신고조정을 통해 세법상 손금산입 한도만큼 비용으로 처리해 달라는 것.

10억원짜리 영업권을 4년 동안 정액법으로 상각할 때 2억5000만원을 손금산입 한도로 해당 금액만큼을 신고를 통해 비용으로 인정해 달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손익계산서에는 감액금액이 0원이기 때문에 순이익은 높게 책정되면서도, 신고조정을 통해 법인세는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전과 같은 금액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럴 경우 상장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늘어나지 않겠지만,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의 배당이익을 높이기 위해 낮은 세금부담보다는 높은 순이익을 추구했던 기업의 경우 손금산입 한도보다 적은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했는데, 결산조정사항이 신고조정사항으로 바뀌면 높은 순이익을 유지하면서도 세금을 적게 낼 수 있기 때문에 손금산입 한도만큼 비용을 신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예컨대 손금산입 한도가 2억5000만원인 영업권(비한정 내용연수)을 갖고 있던 기업이 높은 순이익을 위해 상각비를 2억원만 처리하고 결산조정을 통해 2억원만 손금으로 인정받아 순이익과 과세소득이 10억원이라고 하자.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으로 영업권에 대한 손상평가 결과 감액금액이 0원이라면 순이익은 12억원이 된다. 반면, 손금산입 한도인 2억5000만원을 비용으로 신고할 수 있기 때문에 과세소득은 9억5000만원으로 내려가게 되는 것.

재정부 관계자는 "주주의 배당이익을 높이거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높은 순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꽤 많다"며 "결산조정사항이 신고조정사항으로 바뀌면 이들 기업들이 손금산입 한도를 채워 비용으로 신고하게 돼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간소화)을 적용하는 비상장기업들에게는 신고조정이 세무조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결산조정보다 신고조정이 더 복잡해 납세협력비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