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 발표...방식은 '분할 합병과 포괄적 주식교환'
경제개혁연대 "이사회, 이 방식 선택한 이유...일반주주 이익 아닌 그룹 이익 충실"
"두산로보틱스에 일방적 유리한 방식 철회하고, 지분 직접 인수 방식으로 해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22일 기자회견 예정...부당 이유 등 반대 입장 밝힐 듯
김현정 "현행법 최대치 악용한다 주장 나와...소수주주들 피해보는 일 없어야"
◆…두산밥캣의 주요 상품군［사진=두산밥캣 홈페이지 캡처］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책임을 강화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일명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경기 평택병) 의원은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책임을 강화하고 계열사간 합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이른바 '두산밥캣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11일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간 분할·합병,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그룹의 사업구조를 개편(3대 부문 중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룹 측은 이 같은 사업구조 개편이 사업 시너지 극대화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연간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내는 캐시카우(현금 창출기업) 역할을 하는 두산밥캣이 편입 후 자진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는 점에 경제개혁연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단체와 일반주주들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전날(17일) '두산 사업구조 재편, 일반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이사회가 선택한 지배권 이전 방식(분할 합병과 포괄적 주식교환)은 회사와 주주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라면서 "이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일반주주의 이익보다 그룹의 이익을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연대는 그러면서 "사외이사들은 독립이사로서 회사와 주주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기보다는 그룹에서 하달한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두산로보틱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분할 합병-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철회하고, 지분 직접 인수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18일 입장문을 통해 "상장회사로서의 기본 책임을 저버리는 두산그룹의 분할 및 합병 거래는 반드시 중단되어야한다"면서 오는 22일 오후 3시 Two IFC 3층 더포룸 브룩필드홀에서 '두산그룹 3사 분할 합병 거래'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 이남우 회장을 비롯한 천준범 변호사(부회장), 김광중 변호사(감사인) 등이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3개 상장회사가 지난 11일 공시한 분할, 주식교환(합병) 등 일련의 자본거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현정 의원［의원실 제공］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이러한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의 결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소수주주들이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인해 이익이 침해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라면서 "현행법에서는 상장회사간의 합병에 있어 합병가액을 계산할 때 주가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가치·수익가치와 같은 본질가치와 무관하게 합병가액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매출이 10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는 두산밥캣이 매출규모가 이 회사의 183분의 1에 불과한데다 영업손실을 낸 두산로보틱스와 같은 기업가치로 주식을 바꿔야 하는 것은 주권상장법인이 합병 등을 하는 경우 주가를 기준으로 하도록 한 현행법을 최대치까지 악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 개정안 발의 사유에 대해선 "현행법상 주권상장법인의 이익배당은 결산 이후 3월, 6월, 9월 말일의 주주에게 말일로부터 45일 이내에 개최하는 이사회결의로 배당액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즉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확정한 뒤, 수개월 이후에야 배당금을 확정하는 방식"이라면서 "그런데 이 경우 투자자가 배당금이 얼마가 될지 알지 못한 채 주식에 투자하게 되는 문제가 있고, 이는 배당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다르고, 장기투자를 어렵게 하여 국내 증시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와 관련해 '상법'상 결산 배당에 대해서는 2023년 1월 정부의 유권해석으로 배당액을 주주총회에서 먼저 결정한 다음에 배당받을 주주를 정할 수 있게 되었으나, '자본시장법'에 대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에 현행법상 배당받을 주주를 3월, 6월, 9월 말일의 주주로 정한 내용을 삭제하고, 분‧반기 배당의 배당액을 결정하는 이사회 결의 이후에 배당받을 주주를 정하도록 개정함으로써, 배당 중심의 장기투자를 활성화하고, 선진 주식시장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에선 합병 등의 가액을 결정할 때 주가 등을 기준으로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산정된 공정한 합병 등의 가액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또 합병 등의 가액에 관해 다툼이 있는 경우에 공정한 합병 등의 가액이라는 입증책임은 주권상장법인이 부담하도록 했고, 합병 등의 가액에 관한 외부평가기관은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선정하도록 해서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아울러 계열회사 간 합병 등을 하는 주권상장법인의 주주가 그 주권상장법인의 특수관계인이거나 합병 등의 상대 법인의 특수관계인인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의결권행사요건에 미달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시행하는 회사의 경우 출석주주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합병 등의 가액이 불공정하게 결정돼 투자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그 주권상장법인과 그 법인의 이사, 감사로서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합병 등의 가액이 불공정하게 결정되었을 경우 연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책임을 강화하고 계열사간 합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두산밥캣사태와 같이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소수주주들이 피해보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하기 위해 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발의에는 강훈식, 이광희, 한정애, 김승원, 박상혁, 김동아, 민형배, 장경태, 김 윤, 김남근, 채현일, 강준현, 정진욱, 허성무, 오세희, 민병덕 의원이 동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