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제왕'의 굴욕…드론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전차

전차의 포탑 상단 얇아 공중으로부터 공격에 취약

카메라 장착된 FPV 드론, 전차의 취약한 지점 공격

드론 방어용으로 포탑 상부에 구조물 설치 등 개조

美, 기동력 향상 등 드론 대응하도록 성능개량 주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전 양상을 띠면서 '지상전 최강자'로 군림해온 전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핵심 전력으로 평가 받아온 전차가 공격형 드론에 무력화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자 일각에선 전차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이번 전쟁이 무기 체계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지난해 우크라이나군 '제47 기계화여단' 대원들은 미국산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공급받는다는 소식에 러시아의 주요 방어선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 최강의 제3세대 전차중 하나인 에이브럼스 전차는 높은 방어력을 자랑하며, 주행 중 사격도 가능하다.

그러나 동부 최전선에 투입된 지 불과 3개월 사이 에이브럼스 전차 31대 중 5대가 파괴됐다. 전차 한 대의 가격이 1000만 달러(약 138억 원)에 달해 교체도 쉽지 않다.

전차가 이처럼 맥을 못 추는 원인은 드론때문이다. 드론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드론 방어에 취약한 전차가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한 것이다.

전차의 포탑 상단은 얇아서 공중으로부터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전차 파괴용으로 생산되는 'FPV(1인칭 비전) 드론'에는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스트리밍하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전차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공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전차 지휘관은 "도로를 달리자마자 드론이 우리를 탐지해 지뢰, 대전차 미사일, 유도 공중 폭탄이 날아온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원은 "요즘은 드론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데 급급하다"며 "과거엔 전차끼리의 치열한 결투나 보병 보호 능력을 전차 지휘관의 실력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은밀하게 사격하고 신속하게 후퇴하는 능력을 더 높게 쳐준다"고 털어놨다.
  변화하는 전장에 맞춰 우크라이나군은 전차 개조에 나섰다. 전차 포탑 주위에 금속 케이지를 만들고 상부에 구조물 같은 것을 설치했다.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낚시용 그물까지 동원했다. 러시아에서는 아예 온몸을 철갑으로 두른 전차도 등장했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새로운 전투 전차를 개발하는 대신 기동력 향상, 발사체 감지용 아이언 피스트 시스템 장착 등 드론에 대응할 수 있는 성능개량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차의 효용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육군 제3기갑군단을 지휘하는 케빈 애드미럴 중장은 "신속한 침투와 충격 효과를 주기 위해선 전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