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위헌적·정치선동”
박찬대 “김건희 특검법만 세 번째 거부권.. 가증스럽다”
국회 재의결 시 여당 내 ‘이탈표’ 발생 여부에 정치권 촉각
◆…한일 정상회담과 아세안 정상회의 관련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손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윤,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거부권' 시사
대통령실은 26일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오늘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회가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해당 특검법안을 통과시킨 지 1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과 지난 10월 해당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는데, 이번 거부권 행사로 대통령 취임 이후 거부권 행사 법안 수는 25개로 늘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17일 세 번째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에는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간 관련 의혹 등이 추가됐다. 이후 민주당은 수사 대상을 기존 14개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및 명태균씨 관련 의혹으로 압축하고, 제3자인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토록 하는 방식 등으로 수정법안을 내어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통과시키려는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계획인가'라는 질의를 받고 "특별검사 업무는 사법 업무지만 이거는 사법 작용이 아니라 정치 선동"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이날 지난 정부에서 검찰이 2년 가까이 김 여사 관련 수사를 했지만 기소 혐의를 못 찾은 만큼 야당이 해당 특검법안을 추진하는 게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부연했다.
■ 민주당, 거부권 규탄 긴급 기자회견 개최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뻔뻔하고 가증스럽다"는 등의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본인과 가족 대상으로 한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며 "뻔뻔하고 가증스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권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박찬대 원내대표실 제공/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상정한 뒤 의결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김건희특검법 거부권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특검을 위헌이라고 주장할 자격이나 있는가"라며 "죄를 지었기 때문에 특검을 반대하는 것이라던 대통령이, 특검을 계속 거부하는 건 범죄를 자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시기였던 지난 2021년 12월 경상북도 선대위 출범식에서 "특검을 왜 거부하나. 죄 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것"이라며 "진상 밝히고 조사하면 감옥에 가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시 행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 여당 내 '이탈표' 가능성에 촉각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당 내 '이탈표' 여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원게시판 논란' 등으로 계파 갈등이 표출된 상황이고, 과거 재표결에서도 여당 내 이탈표 발생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초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해당 특검법안 재표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그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26일 원내대책회의 이후 취재진과 만나 "당원게시판 문제로 여권 분열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조직적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탈표' 발생 가능성에 대해 거리를 뒀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탈표 발생 가능성과 관련해 "공정의 잣대라기보다는 정치권에서 진영 논리적 성격이 강해졌다"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특검에 대해 부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두 번째 재표결에 부쳐졌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여당이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당내 우려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