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국세청사.
지난해에 이어 세종시 국세청 본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국세청 직원이 또다시 쓰러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주말근무 금지령, 건강관리실 개소 등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나름의 대책을 내놨던 국세청으로선 난처한 상황이 됐다. 더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일 점심시간 국선도실에서 준비운동을 하던 상속증여세과 A팀장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동료 직원들의 도움으로 곧장 병원에 옮겨졌지만,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직원은 국립세무대학 출신으로 부산청에서 본청으로 전입한 지 3년 가량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선 '격무'를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최근 상속증여에 대한 이슈가 급증하면서 상속증여세과 직원들 전체가 격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A팀장 역시 최근 들어 야근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과 뿐 아니라 국세청 본청은 업무강도가 유독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본청 근무 기피 현상에 '승진우대'라는 당근책을 내놓고 있지만, 승진에 특별히 목매는 직원이 아니라면 본청 근무를 선호하는 직원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직원들은 오죽하면 본청 전입에 대해 "끌려간다", "잡혀간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연말에는 조사과 직원 한 명이 사무실에서 업무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40대 초반의 앞길 창창한 직원의 사망 소식에 국세청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후 국세청은 '주말근무 금지령'을 전격 도입하고 '직원 건강관리실'을 개소하는 등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주말 근무와 야간 근무로 초과근무를 밥 먹듯 하는 본청 직원들의 업무시간을 통제하고, 상주 간호사를 두는 등 직원 건강 관리에 노력을 기울인 것.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또다시 비보가 전해지며, 국세청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일각에선 본청 근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세청 직원은 "주말근무 금지령 등으로 예전과 비교하면 본청 업무량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 격무에서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번 일만 봐도 어땠을지 눈에 선하다. 아마 이번 국정감사과정에서 해당과 업무가 이슈가 되면서 여기저기서 시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업무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방청에서 본청으로 전입해 온 직원들은 요령이 부족하고 몸에 체득이 안 돼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주말부부들은 금요일 늦게 퇴근 후 집에서 토요일 하루를 보내고 일요일 다시 세종시에 와 업무를 시작하는데, 이런 업무패턴도 몸에 상당히 무리를 준다. 국세청이 직원 근무 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