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파기, 함께 기소된 간부들도 집행유예형 선고…재파부 "죄질 좋지 않아"
1심선 무죄 판결..."국제상거래와 관련 부정한 이익 얻을 목적 없었다"
2심 재판부 "현지 공무원에 로비자금 제공 행위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
"300만 달러, 명목상 부동산 매매대금...실질은 상업은행 전환비용, 로비자금"
캄보디아 법인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오 전 DGB금융지주 회장이 2심(항소심)에서 1심 '무죄'가 뒤집히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DGB금융 임원들도 역시 집행유예형 유죄로 처분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을 포함한 피고인 모두에게 국제상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없었다고 봐 무죄를 선고했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구고법 형사2부(정승규 부장판사)는 이날 국제상거래에 있어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등으로 기소된 김태오 전 DGB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전 글로벌본부장 A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전 글로벌사업부장 B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전 캄보디아 현지법인 DGB 특수은행(SB) 부행장 C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적용된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인정했지만 로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현지법인 DGBSB가 매입하려던 현지 부동산 매매대금을 부풀려 브로커에게 전달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는 유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록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 은행(DGBSB)가 상업은행 인가를 취득한 일부 이익이 있었더라도, 인허가 절차 수행 과정에 (현지) 공무원에게 로비자금을 제공한 행위는 그 자체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법한 행위"라며 "피해 은행의 평판 저하 등 결과적으로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기관 임직원으로서 더욱더 법과 규정을 엄격히 처리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위반하는 등 범행 경위와 내용, 범행 방법, 피해 규모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순전히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착복하지 않았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캄보디아 중앙은행 및 총리실 관계자 등을 내주고자 브로커에게 제공한 300만 달러는 명목상 부동산 매매 대금이지만, 실질은 상업은행 전환비용"이라며 "피고인들의 진술과 텔레그램 대화 등 관련 증거들에 따라 300만 달러가 캄보디아 중앙은행 및 총리실 관계자 등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한편 앞서 1심은 캄보디아 중앙은행으로부터 상업은행 인가를 받으려 한 행위는 국제뇌물방지법에서 규정하는 '국제상거래와 관련해' 이뤄진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김 전 회장과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공모해 DGBSB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인 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상업은행 전환비용 300만 달러를 교부해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횡령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1심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했고, 항소심 첫 재판이 지난해 3월 27일 열려 이후 약 1년 동안 항소심이 진행된 것이다. 1심과 항소심 결과가 대치되면서 피고인들이 항소하며 결국 대법원의 결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