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적자 급증은 관세부과로 이어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우려가 제기됐지만, 한국이나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이러한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전망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 CNBC 방송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앤드루 틸튼 수석 아시아 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간 무역 적자는 다소 감소했지만, 다른 아시아 수출국에 대해서는 적자가 상당히 증가했다"며 "이에 대한 조사가 차기 행정부에서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차기 정부 구성원으로 내정된 후보자들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집중함에 따라 미국의 급증하는 무역 적자는 일종의 '두더지 잡기' 방식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한 관세 촉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틸튼은 "한국과 대만, 베트남은 미국에 비해 큰 무역 흑자를 달성했다"면서 "반도체 공급망 분야에서 한국과 대만이 갖는 '특권적 위치'가 반영된 것이며, 베트남의 경우 중국이 우회무역을 한 덕분에 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CNBC는 "작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기록적인 444억 달러(약 62조2000억원)를 달성했다"며 "이는 무역 흑자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자동차 수출이 대미 수출의 3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1분기 대만의 대미 수출은 246억 달러(약 34조4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57.9% 증가했고 정보 기술(IT)과 시청각 제품에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또한 베트남의 올해 1~9월 대미 무역 흑자는 900억 달러(약 126조700억원)에 달한다. 인도와 일본도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 중이다. 일본의 흑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인도는 최근 몇 년 동안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틸튼은 "앞으로 이러한 아시아 무역 파트너들은 대미 무역 흑자를 낮추고 가능한 한 미국으로부터 수입량을 늘리는 것으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차기 행정부의) 주의를 돌리려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바클레이즈 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무역 정책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 중 신흥 아시아 국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라고 했다.
보고서에서 경제학자들은 "트럼프가 제안한 관세는 이 지역의 개방 경제에 더 큰 고통을 줄 가능성이 높고, 대만은 한국이나 싱가포르보다 이러한 위협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그 중간 지점에 있으며 태국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16년 3468억3000만 달러(약 486조원)에서 2023년 2791억1000만 달러(약 391조원)로 줄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관세를 시행한 후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은 감소했지만, 베트남, 대만,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과의 무역량이 증가했다고 인도네시아의 전 무역부 장관인 마리 팡게스투가 말했다.
그는 "공급망을 살펴보면 실제 대부분의 부품이 여전히 중국에서 오고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이들 지역과의 무역이 여전히 중국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는 곧 보호무역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골드만 삭스는 또한 관세와 관계없이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인도와 멕시코로 공급망을 이전하려는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 중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6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언해왔다. 골드만 삭스는 미국이 2025년 상반기에 중국 제품에 평균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