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근로장려금 수기 당선자 장미자씨
2007년 가을 그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다. 사랑하는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고로 잃은 남편의 영전 앞에서 그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울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지켜야 할 딸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장미자(48)씨는 자신을 바라보는 자녀들에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들에게 걱정과 두려움을 안겨주기도 싫었다. 그래서 얼른 눈물을 훔쳤다. 슬픔과 외로움도 모두 뒷전으로 미뤘다.
"남편의 장례식이 끝난 뒤 보름만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어요. 그리고 나서 다니던 전자회사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지만 일에 몰두했어요. 이런 모습을 보고 동료들은 제게 '독종'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지요."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아무 것도 나아진 게 없었다. 오히려 생활은 더 악화됐다. 다니던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데서 비롯된 일이었다.
"반 년간 제 날짜에 월급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회사를 옮겨볼까'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나이 때문에 움직이지 못했죠. 결국 대학생인 큰 딸이 방학 중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생활비로 쓰는 순간까지 경험하게 됐습니다."
"책값을 가져가야 한다"고 손을 내미는 딸들이나 "내일은 꼭 월급이 나온다고 했다"며 참아달라고 말하는 장씨 모두 서로에 대한 미안함을 새겨야 했다. 사정상 고교생인 둘째의 학원을 끊을 때 장씨의 속은 타들어갔다.
그의 머리엔 월급 생각만 가득했다. 회사에 출근해서 '오늘은 월급이 나오나' 눈치부터 볼 정도였다. 지난해 9월 15일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사 팀장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이를 본 장씨의 입가에서 연신 기나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손에 잡히지 않는 일을 하고 있던 그에게 옆자리의 동료가 말을 붙였다. 작년에 처음 도입된 근로장려금이 이날 지급된다며 확인을 권유한 것이다. 장씨는 놀란 눈으로 정말이냐고 반문한 뒤 얼른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9월 14일 국세청에서 120만원 입금.'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 들었다. 두 딸에게 내색하지 않고 혼자 감당하던 삶의 무게가 덜어지는 느낌도 받았다. 4개월 전 지인의 소개로 근로장려금을 신청했는데 정말 돈이 들어올 줄은 생각지 못했다.
두 딸도 예상치 못한 소식에 놀란 모습이었다. 국세청하면 그냥 어렵게 생각되는 기관인데 이런 도움을 줬다는 게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렇지만 자세한 설명을 듣고나서 "우리나라도 좋아지고 있다"며 크게 웃었다.
"국세청이 준 선물로 추석준비를 했죠. 송편을 사고 돼지고기도 샀어요. 평소 두 딸이 좋아하는, 하지만 마음껏 사주지 못했던 홍어회 무침도 샀고요. 그때 우리가 느꼈던 기분은 아마 상상하기 어려우실 거라고 봅니다."
남은 근로장려금은 부족한 생활비로, 또한 자녀들의 교육비로 모두 충당됐다. 바닥을 드러낸 근로장려금에 장씨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적자인생에 한 줄기 희망을 준 근로장려금은 장씨에게 여전히 기쁨 그 이상이다.
장씨는 금년에도 국세청의 문을 두드려 근로장려금을 신청했다. 올해 고3인 작은 딸의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서다. "당장 굶어도 아이들 공부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근로장려금은 다시 한 번 희망의 씨앗이 되어줄 것이다.
그는 이 씨앗이 자라 두 딸의 장래에 밑거름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어떤 풍파에도 흔들림 없이 자란 딸들이 훗날 자신들처럼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길 소망한다. 장씨는 이런 뜻을 수차례 전했다.
이에 장씨의 두 딸은 "사랑하는 우리엄마, 알았어요" 라며 웃는 얼굴로 화답했다. 장씨와 그의 가정을 둘러싼 고통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또한 장씨가 미뤄두었던 슬픔과 어려움도 아직 다 사라지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있다.
"비록 생활은 어렵지만 밝게 생활하는 두 딸들과 함께 '긍정적'으로 지내다보니 오늘까지 잘 살아온 것 같아요. 앞으로도 부정적인 생각은 버리고 감사하는 것들을 찾아가면서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꼭 지켜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