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위험준비금-이익잉여금의 '법정적립금'으로 처리
결산조정→신고조정으로 변경-"세부담 늘지 않게"
내년 보험사들은 기업회계기준이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변경되면서 비상위험준비금에 대한 회계처리가 상당부분 달라져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에서는 천재지변 등으로 대규모 보험금이 빠져나갈 것에 대비해 매년 일정액의 비상위험준비금을 쌓아왔으나, IFRS체제 하에서는 비상위험준비금 적립이 금지된다.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현행회계기준(K-GAAP)에 따라 비상위험준비금을 '비용'으로 계상하고 미래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 명목으로 부채로 처리해 왔다. 또 결산조정을 통해 세법에서도 비상위험준비금의 일정금액을 한도로 손금산입 혜택을 받아 왔다.
결산조정은 재무제표에 계상돼야만 법인세법상 손금산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IFRS체제 하에서는 비상위험준비금 적립이 금지되기 때문에 결산조정을 할 비상위험준비금 또한 사라진다. 이에 따라 매년 일정금액을 한도로 받아왔던 손금산입 혜택이 없어져 종전보다는 세금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IFRS를 도입한 첫해 지금까지 보험사들이 쌓아왔던 비상위험준비금 전액을 자본에 환입해야 한다. 이 환입된 금액은 세법상 이익인 익금산입으로 처리돼 세금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의 비상위험준비금 적립액은 무려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IFRS 도입 첫해 비상위험준비금의 자본환입으로 발생하는 법인세만 8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 비상위험준비금을 '법정적립금'으로 처리= 보험사들은 현행 기업회계기준(K-GAAP)에 따라 천재지변에 의해 비상위험준비금을 적립해 왔다.
손익계산서에 매년 일정액을 비상위험준비금으로 '비용'으로 처리하고, 미래에 천재지변에 대비해 지급해야 할 보험금처럼 대차대조표(IFRS에서는 재무상태표)에 '부채'로 처리해왔다.
하지만 IFRS체제 하에서는 비상위험준비금과 같은 미래 발생가능 손실에 대비한 적립금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재무제표에 '비상위험준비금'이라는 계정과목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
그러나 IFRS의 비상위험준비금 적립 금지는 보험사의 건전성을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의 감독규정과 상충된다. 금감원의 감독규정 입장에서는 비상위험준비금은 보험사의 자산건전성을 고려해 필수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준비금이다.
IFRS는 비상위험준비금 적립을 금지하고 있고, 감독규정은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입장.
이에 따라 금감원 및 보험사들은 손익계산서에 '비상위험준비금'을 적립하지 않는 대신 법인세를 내고 남은 이익잉여금을 처리할 때 법정적립금으로 '비상위험준비금'을 쌓도록 하는 방식에 합의했다.
손익계산서에 '비상위험준비금'을 적립하지 않게 되면 종전보다 순이익이 증가하게 되는데, 증가한 순이익이 주주들의 배당금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면서도 '비상위험준비금' 적립으로 보험사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 비상위험준비금 "신고조정" 필요= 금감원과 보험사들이 합의한 대로 '비상위험준비금'을 손익계산서에 계상할 수 없는 대신 이익잉여금의 법정적립금으로 쌓기 위해서는 현재의 결산조정을 신고조정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심태섭 단국대 교수는 지난달 말 IFRS 세미나에서 "비상위험준비금은 재정건전성에 필요한 금액인데, 기존에 부여했던 비상위험준비금에 세법상 혜택이 사라진다면 보험사가 비상위험준비금을 적립하려는 의욕이 감소될 것"이라며 "비상위험준비금 적립에 계속적으로 세제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IFRS체제에서는 비상위험준비금이 이익의 처분으로 적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의 결산조정을 신고조정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법인세법에서는 비상위험준비금이 결산조정 사항이기 때문에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계상해야만 세법상 손금산입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신고조정으로 변경해 손익계산서에 계상하지 않더라도 손금산입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한편 IFRS를 도입하는 첫해에 그동안 쌓아놨던 비상위험준비금이 자본에 환입돼 익금산입으로 처리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세금을 과세하지 않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심 교수는 "IFRS체제에서도 비상위험준비금을 계속 적립하게 된다면 법인세법에서도 기존 비상위험준비금의 환입금액을 과세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는 정책집행"이라며 "기존에 적립돼있던 비상위험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환입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