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위임입법 한계 준수…포괄위임금지 원칙 위배 안 돼"
손금에 산입하지 않는 '업무와 관련 없는 비용'을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위임한 법인세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6일 비업무용 자산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법인세법 조항이 헌법상 평등권, 재산권을 침해하고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주택업자 A씨와 B씨가 제기한 위헌소원사건에 대해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건설 및 부동산임대·분양·알선업을 하는 A씨는 분양하다 남은 미분양 공실상가를 1996년 이후 보유 및 임대해주고 있는데, 2002년 이 상가를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본 관할 세무서장으로부터 9700여만원의 법인세를 부과 받았다.
A씨와 같은 부동산업을 하는 B씨 역시 신축분양한 상가 중 일부 분양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상가에 대해 지급이자 및 유지관리비 등을 손금불산입해 3년간 2억5000여만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A씨와 B씨는 이들 상가가 손금에 산입되는 '업무용 부동산'이라고 주장하며 조세심판원 심판청구와 행정법원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법인세법상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재산'으로 인정돼 모두 패소했다.
법인세법에는 손금불산입하는 비업무용 자산에 대해 "해당법인의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인정되는 자산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산을 취득·관리함으로써 생기는 비용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A씨와 B씨는 이 법인세법 조항이 비업무용 자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서 대통령령에 위임하지 않고 있어서 재산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포괄위임금지, 명확성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위헌소원을 제기한 것.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법인세법 조항이) 단순히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산'이라고 하지 않고, '해당 법인의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인정되는 자산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산'이라고 규정돼 있다"며 "이는 비업무용 자산의 범위에 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범위를 한정해 하위법규인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며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세부적인 유형과 판정기준을 그때 그때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통령령에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누구라도 이 조항을 통해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 헌법이 정한 위임입법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재산권 침해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의 인정과 평가 및 법률해석·적용에 관한 문제를 들어 재판결과를 비난하는 것에 불과해 더 살펴보지 않겠다"고 잘랐다.
한편, 유일하게 '한정위헌'의 의견을 낸 조대현 재판관은 "법인업무에 직접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을 모두 법인의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인정되는 자산으로 해석하는 것은 납세의무의 범위를 법률이 규정하는 것보다 더 넓게 인정하는 것으로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