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 한비야 씨는 저서에 "58년 개띠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고 적었다. 이렇다 할 특징없는 57년 닭띠나 59년 돼지띠에 비해 이런저런 굴곡을 겪어야만 했던 58년 개띠에 더 애정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말 많고 탈 많은 삶이란 이유에서 더 억척스레 살았기 때문일까, 두드러진 사회적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일까. 현재 각 분야를 주름잡는 사람들 중에는 유독 '58년 개띠'가 많다.
국세청에서는 조현관 개인납세국장이 대표적인 인사다.
□ 조현관의 '마이웨이'= 조현관 국장은 1958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5회에 합격, 국세청에 전입하면서 본격적인 국세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조 국장은 목포세무서장, 중부국세청 조사2국2과장, 서울국세청 법무2과장, 서울국세청 조사3국3과장, 국세청 납세자보호과장, 국세청 감사담당관, 대구국세청 조사2국장,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등으로 일했고 국방대학원 교육파견(2008년)을 마치고 올해 초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으로 복귀했다.
조 국장은 지난 1998년에도 헌법재판소 파견근무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국장은 "남들이 원하지 않는 외곽 생활을 10년 주기로 했다"며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회고한다.
조 국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동료들과 인간적 친밀감을 나누라는 주문을 자주한다는 전언이다. 상하 동료간 친밀감이 형성되어야 업무추진시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대목에서 조 국장의 평소 소신을 알 수 있다.
□ 치밀한 야전사령관= 업무에 대한 조 국장의 열정은 잘 알려져 있다.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항상 120%의 성과를 내려 한다는 것이 주변의 일관된 평가다. 조 국장 본인도 "휴일에 나와 일하는 것이 취미"라고 말할 정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는 고민에 잠긴다. 일의 처리방향을 이끌어 내는 데 몰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큰 흐름을 잡고 업무의 우선순위까지 정한 뒤에는 '야전사령관'처럼 무서운 추진력을 발휘해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와 일해본 경험이 있는 한 국세공무원은 "숙고의 시간 때문에 일의 속도가 느릴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체계적으로 일을 하게끔 이끌기 때문에 더 빠르고 매끄럽게 일이 처리되는 것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무능력을 토대로 그가 이뤄낸 일은 상당히 많다. 국세청 납세자보호과장으로 일하는 동안 조 국장은 모범성실납세자 우대 제도(세무조사 유예 등 혜택부여)를 마련, 성실납세자가 존경받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국세청 감사담당관으로 있는 동안에는 기능별 조직으로 전환된 이후 일선에서 어떻게 업무처리를 하고 있는지 실태감사를 벌여 관리기능 강화방안 등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국세행정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에 적잖이 기여를 한 셈이다.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으로 있으면서 본청과 협의해 반별 조사건수를 10건 미만으로 줄이고, 대신 엄정한 세무조사가 이뤄지도록 한 부분도 그의 '작품'이다.
평소 조 국장은 부하직원들의 업무에 대해 고민을 함께 하며 나름의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그러나 부하직원들이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질책'의 강도가 세다고 입을 모은다. "찬바람이 쌩쌩 분다"는 표현으로 대변될 정도라는 것이 직원들의 귀띔.
조 국장은 수시로 자신의 소회를 담은 이메일을 부하직원들에게 보내거나, 이들과 식사자리를 갖는 등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한 진심을 전달하려 노력하고, 강도 높은 질책으로 인해 부하직원들이 상심하지 않도록 배려하는데도 신경을 쓴다는 전언이다.
최근 개인납세국 소속 사무관 2명이 서기관으로 승진한 것과 관련해 "백용호 국세청장 등의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자"는 내용의 이메일을 자신의 부하직원들에게 일일이 보내 기쁨을 함께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섹소폰 부는 국장님"= 조 국장은 올해 초 개인납세국에 부임한 이후 숨가쁘게 달려왔다. 국세청 개인납세국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국세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상당수가 개인납세국의 소관인 까닭이다.
개인납세국 관계자는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현금영수증의무화, 소득-지출 분석시스템 개통 등 중요한 프로젝트가 다 상반기에 이뤄졌다"며 "이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책임진 입장이니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국장의 업무열정은 지난 달 종소세 신고 당시에도 빛을 발했다는 후문. 종소세 신고가 한창이던 중 홈택스 서버에 이상이 생겨 불편이 초래됐던 것. 이에 보고를 받은 조 국장은 직접 국세청 전산실로 발걸음을 옮겼고 새벽 1시까지 그곳에 있으면서 문제를 풀어냈다고 한다.
조 국장은 연일 계속되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국방대학원 파견 시절 배운 섹소폰을 틈틈이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주 장소는 집근처 노래방. 한번 갈 때마다 부인의 노래에 맞춰 약 2시간 가량 연주를 즐긴다고 한다.
이런 취미로 인해 붙여진 별명이 바로 '노래방 사장'이라고 그는 웃으며 털어놨다. 현재 조 국장은 부인과의 슬하에 2녀1남을 두고 있다. 이중 초등학교 6학년생인 막내 아들은 큰딸과 띠동갑인 늦둥이. 남다른 금슬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늦은 나이에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세정학과를 졸업, 경제학 석사의 꿈을 이룬 만학도이기도 하다.
[조현관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약력]
▲1958년 ▲대구 ▲경북고-영남대 행정학과-고려대 정책대학원(경제학 석사) ▲행시 25회
▲헌법재판소 파견, 목포세무서장, 중부국세청 조사2국2과장, 서울국세청 법무2과장, 서울국세청 조사3국3과장, 국세청 납세자보호과장, 국세청 감사담당관, 대구국세청 조사2국장,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국방대학교, 국세청 개인납세국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