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정례회담…"캐나다 G20서 공동 촉구할 것"
정책갈등 조율주력…사르코지 '경제정부' 포기
프랑스와 독일 양국 정상이 오는 26∼2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금융시장 규제 강화를 함께 촉구하기로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4일 베를린에서 열린 정례 만찬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엘리제궁이 밝혔다.
두 정상은 특히 각국 사이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은행세와 국가간 자본거래에 대한 금융거래세의 도입을 주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캐나다 G20 정상회의에서는 은행세 문제가 핵심 의제로 또 다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이달 초 부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도 은행세 도입 문제가 거론됐으나 단일안을 도출하지는 못하고 각 국의 여건에 맞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이 지지하고 있는 은행세 도입에 대해 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캐나다와 신흥국들은 금융시장 육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사람은 G20 정상회의의 의장인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다른 정상들에게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고 금융시장의 규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공동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의 비전을 다시 한번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메르켈 총리와 만나 이런 점을 논의했다"면서 최근 각종 정책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견해차를 좁히는데 주력했음을 내비쳤다.
두 사람의 정례 회담은 당초 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메르켈 총리 측의 요청에 따라 급거 취소돼 갈등설이 불거진 뒤 이날 일주일 만에 열린 것으로, 다음주 G20 정상회의와 17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의 경제정책을 조율한 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로존 강화를 위해 새로운 사무국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주장을 거둬들여 유로존 '경제정부' 설립 요구를 사실상 포기했다.
유럽중앙은행의 독립 보장과 EU의 '안정성장협약' 위반에 대한 벌칙 강화 등을 선호해온 메르켈 총리는 그 동안 유로존 경제정부 방안에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유로화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EU 조약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온 메르켈 총리가 이날 회동에서 유로존 경제정부 설립 주창자인 사르코지 대통령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사르코지는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대신 기존의 유로존 시스템을 더욱 실용적으로 만들어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는 당초 독일의 860억유로 규모의 긴축정책에 대해 유럽의 경제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으나 일주일여 뒤인 지난 12일 450억유로의 긴축안을 공개하면서 '허리띠 졸라매기' 대열에 동참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