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태섭 단국대 회계학과 교수-
'묻지마' 지원 개선, 중장기적 부동산정책 필요
"내년 도입 국제회계기준 법인세법 개정도 시급"
| 지난 2008년 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3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감세(減稅)정책'이 발표됐습니다. 유류세와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까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세목들의 세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세계 경제불황에 따른 재정난 우려로 인해 정책기조가 다소 수정됐습니다.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등 핵심 정책이 유보됐고,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일부 증세(增稅) 정책도 나왔습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조세정책 분야에서는 급격한 변화와 혼란이 반복되는 가운데, 반환점을 맞게 된 이명박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 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투자확대와 경제 선순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감세'는 MB정부의 조세정책 이념과도 같았지만, 이를 밀어붙이다가는 나라의 곳간이 바닥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재정건전성에 집중한 정책을 내놓으면 세부담이 늘어나는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기업과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공정한 과세와 조세형평성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조세정책에 대한 비전 없이 땜질 가득한 '누더기 세제'로 국민들을 더욱 괴롭힐 것입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이명박 정부의 반환점을 맞아 그동안의 조세정책을 점검해보고,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짚어보기 위해 전문가들과의 [테마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으로서 조세정책 전반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심태섭 단국대 회계학과 교수(사진)는 14일 "정부의 감세정책이 당초 의도했던 경기활성화 등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 교수는 법인세율 인하정책이 유보된 점을 예로 들면서 "정부가 스스로 재정건전성 유지 등을 목적으로 추진했다면 무리가 없었겠지만, 야당의 정치적 반대에 부딪혀 정책적 의지가 꺾인 점에서 MB정부의 조세정책을 꼭 좋게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조세정책은 '일관성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투자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다 확실하게 의사 결정할 수 있고, 정부도 조세정책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임시투자세액공제와 같은 '묻지마' 식의 지원보다는 지원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며, 부동산에 대한 과세문제도 단기적 처방이 아닌 중장기적 입장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내년 모든 상장기업과 금융기관에 전면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과 관련한 법인세법 개정이 조속하게 이뤄져 기업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심 교수는 덧붙였다.
□ MB정부의 대대적 감세정책…효과는 '글쎄'= 심 교수는 MB정부 초기 감세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와 이를 통한 투자증진으로 경기활성화를 꾀하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정부의 의욕이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정책적 의지가 후퇴된 점을 꼬집었다.
그는 "법인세율 인하가 유보된 정책변화는 정부 자체 내에서 재정건전성 등의 유지를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면 큰 무리가 없었겠지만, 야당의 정치적인 반대에 부딪혀 처음의 정책적인 의지가 꺾인 점에서 그동안 MB정부의 조세정책을 꼭 좋게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요인의 영향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집행하지 못한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감세를 통한 경기활성화 등의 효과도 가시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가장 큰 요인일 수 도 있다고 인정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세정책의 눈에 띄는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정치·여론에 밀린 조세정책 변화 아쉬워"= MB정부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최초의 감세정책을 계속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함으로써 기업의 여러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는 "과감한 정책의 전환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만한 조세정책의 변화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조세정책이 아직도 정치적인 입장에서 결정되거나 변경되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물론 국민여론을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면이 있겠지만, 정부가 정책적인 의지를 가지고 시행할 정책은 과감히 시행하는 것이 오히려 정책의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여전히 남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세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줬다. 대표적으로 고소득 전문직의 현금영수증 발행의 의무화와 전자세금계산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한 것도 좋은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자세금계산서에 대한 세무당국의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 그 시행 초기에 잘 정착이 되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
□ 향후 조세정책방향은?‥'일관성 유지'가 최우선= 그는 이제부터라도 남은 임기 동안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세정책측면에서 최소한 해당 정부의 임기동안의 조세정책의 큰 방향은 가능하면 일관되게 추진하는 정책적 의지를 MB정부를 포함한 그동안의 정부에서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해당 정부 기간동안의 '세제운영방안'을 출범 초기에 발표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한다면 투자를 하여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다 확실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정부도 조세정책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임시투자세액공제와 같은 '묻지마' 식의 지원보다는 지원대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한 조세정책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다주택자를 포함한 부동산 전반의 과세문제는 그때 그때마다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인 처방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쉽지는 않지만 조금은 중장기적인 입장에서 부동산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관련 법인세법 개정방안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K-IFRS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거나 준비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법인세법의 개정방향이 빨리 마련되어야 기업에서 겪는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