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통신업 등 세금부담 늘어날 듯
中企 "구직난인데-악영향 우려된다"
기획재정부가 23일 현재의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공제)에 '고용'요건을 추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이하 고용창출공제)로 전환하는 2010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기업들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워졌다.
특히 제조업과 통신업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임투공제를 통해 법인세를 크게 감면 받아 온 만큼,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일자리를 늘리면 되지만, 이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재정부가 임투공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을 때에는 '경제위기'를 이유로 기업들의 투자환경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년 연장' 으로 방침이 수정됐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고,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용창출이 시급한 상황으로 지난해와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임투공제 현행유지'를 원하는 기업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임투공제가 고용창출공제로 전환되는 대신 지난해 신성장동력 및 원천기술에 대해 R&D 세액공제를 세계 최대수준(20~30%)으로 지원한 만큼 기업이 투자를 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25일 재정부에 따르면 고용창출공제는 현재 임투공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고용인원을 늘렸을 경우에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이외의 지역에 설비투자를 한 경우 투자액의 7%를 세액공제하되, 고용증가인원 1명당 1000만원(청년 고용시 1500만원)의 한도가 설정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각종 경제단체에서는 "투자세액공제를 왜 고용과 연결시켰는지 모르겠다"며 "투자를 결정할 때의 핵심기준은 수익률이기 때문에 '고용'까지 고려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자본집약적 산업의 혜택은 줄어들고, 노동집약적 산업의 혜택은 늘어날 것"이라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2012년까지 연기됐기 때문에 임투공제도 일몰이 연장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존 투자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임투공제를 폐지하겠다고 결정했을 당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KT 등 4대 통신업체는 2008년 기준으로 약 2600억원의 법인세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결국 이들 업체들은 '고용인원 늘리기'라는 상당히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된 만큼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고용창출공제는 단지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소기업도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정부는 고용창출공제가 도입되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혜택을 더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으로 인해 고용창출공제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기업이 공제 받은 임투공제 규모는 2000~3000억원에 불과하지만, 기업 수로 따지면 750개에 이른다"며 "고용을 담보로 투자세액공제를 결정한다는 것은 중소기업에도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촉진한다고 해도 사회적 인식 때문에 많은 인재들이 중소기업으로 오기를 꺼린다"며 "취업자들 대부분은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고용창출공제는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의 경우 고용을 늘렸을 때 적용되는 고용증대세액공제(1인당 300만원, 내년 6월말 일몰)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고용창출공제와 비교해 둘 중에 유리한 쪽을 선택해 적용하도록 돼 있다.
올해 중소기업이 10억원을 투자하고, 10명을 고용했을 경우에는 임투공제와 고용증대세액공제를 둘 다 적용받아 1억원(7000만원+3000만원)을 공제받았으나, 내년에는 중복적용이 금지돼 7000만원(고용창출공제)만 공제받게 돼 세제헤택이 줄어들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