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금융, 인사권 둘러싸고 '신경전'
신한지주, '쓰나미급' 인사회오리 가능성
은행권 CEO들의 임기가 내년 상반기에 줄줄이 만료되면서 일부 은행의 경우 일찌감치 인사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선 모양새다. 특히 우리금융 민영화를 둘러싼 하나금융과의 신경전 및 신한지주 CEO 3인의 동반퇴진 가능성은 각 금융사의 명운까지 뒤바꿔 놓을 수 있는 핵심사안으로 급부상했다.
□ 이종휘, 연임 가능성 낮아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이종휘 우리은행장을 둘러싼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하나은행과의 합병 과정에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용퇴를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 행장 발언이 발단이 됐다.
이 행장은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금융권은 합병과정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숨은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이 행장이 내년 6월 임기말을 앞두고 연임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는 점은 추후 합병은행 경영진의 인사문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의중을 미리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합병은행의 경영진에 어느쪽 은행 CEO가 오느냐에 따라 직원들의 인사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며 " 우리금융 매각을 앞두고 불안해 하는 직원들을 위해 이 행장이 총대를 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행장은 지난 2006년 수석부행장 시절과 은행장이었던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아 사실상 연임이 불가능한 상황.
현재 이 행장은 동일 임기내 징계가 아니며, 매각 등 특수 상황을 전제한 MOU 예외조항을 들어 연임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로 남아 있는 이상 MOU 규정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예보 역시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이 행장이 왜 벌써부터 그런 얘기를 언론에 흘리고 다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특수한 경우에 한해 예외조항이 있지만 규정대로 처리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예보는 다만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전후로 임기가 함께 만료되는 이팔성 회장과 함께 이 행장의 인사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 신한·하나·기업銀도 영향권
이 행장의 발언을 계기로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거취 문제도 은행권 인사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김 회장의 경우 15년동안 하나금융 수장직을 유지하며, 최근 퇴진 가능성이 거론되는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20년)과 함께 금융권 최장수 CEO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으로서는 1인 중심의 지배구조가 발단이 된 'KB사태'와 '신한사태'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종휘 행장의 '용퇴' 발언도 이같은 정황을 근거로 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의 경우 이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인사태풍의 영향권에 빗겨서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반대로 그로 인해 구설에 수시로 오르내리는 만큼 연임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경우 '쓰나미급' 인사태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라응찬 회장에 대해 절대적 신임을 보여왔던 재일교포 주주들마저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과 함께 3인 동반퇴진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검찰 및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까지 가세할 경우 3인 CEO의 조기퇴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후임 신한지주 CEO에는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등 내부 출신 인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 외에도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오는 12월 임기가 종료된다. 기업은행장의 경우 윤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오는 G20 정상회담 이후 개각과 맞물려 차기 은행장이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후임 기업은행장으로는 김용환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