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회사운용을 위한 자금 마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들 합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대출을 받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애타는 심정으로 은행 대출을 바라는 중소기업들이 '을'이라면, 은행은 말 그대로 '갑'일 수밖에 없죠. 다시 말해 확연한 지위고하가 생길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간혹 이 같은 지위를 이용해 악행을 일삼는 대출 담당자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A씨가 바로 그런 케이스죠. 은행의 대출담당 고위직이었던 A씨는 기업들에게 대출을 해준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대가로 '콩고물'(?)을 챙기는 일에도 열심이었습니다.
그의 악행은 오래지 않아 꼬리가 잡혔고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아 징역형과 뇌물액수만큼의 추징금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징벌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과세당국이 A씨가 받아 챙긴 뇌물에 대해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입니다.
징역형과 벌금형, 세금까지. 악행의 결과는 너무도 잔인했습니다. 몸부림을 쳐봤지만 세금 올가미는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결코 안타깝다고는 말할 수 없는(?) 은행원 A씨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 "뇌물을 추징금으로 냈는데 소득이라니"= 한 시중은행 대출담당 상무였던 A씨는 2001년 11월 모 기업에게 90억원 상당을 대출해주고 사례비로 2000만원, 2002년 3월에는 26억원을 대출해주고 1500만원, 같은 해 6월에는 47억원을 빌려주고 1400만원의 '뒷돈'을 챙겼습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이 같은 대출 미끼 뇌물수수 행위는 오래지 않아 들통이 났고 A씨는 지난 2007년 특가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으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49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죄값을 치렀다고 생각한 A씨에게 난데없는 세금고지서가 날아오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국세청은 A씨에 대한 법원 확정판결문을 근거로 뇌물액 4900만원 중 제척기간이 만료된 2001년분(2000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액수에 대해 900만원 가량의 소득세를 부과했습니다.
A씨는 "말도 안된다"고 펄쩍 뛰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습니다. 이미 뇌물로 받은 4900만원에 대해 벌과금 납부명령을 받고 모두 추징금으로 냈으니 소득이 될 수 없고, 당연히 세금부과는 부당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특히 2002년 당시에는 뇌물이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으로 열거되지 않았고 2005년 5월에 기타소득으로 신설된 만큼 이제 와서 소득세를 납부하라는 것은 정당치 못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심판원 "돈 준 사람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뇌물도 소득"= A씨의 불복청구를 접수한 심판원은 그가 법원에 뇌물로 받은 금액과 동일한 추징금을 납부한 사실을 확인합니다.
그러나 심판원은 법원에 낸 추징금은 형사적처벌대상일 뿐, 돈을 준 사람에게 환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득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뇌물로 받은 금액을 국가에 환원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범죄행위에 대한 부가적인 형벌이기 때문에 소득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며 "범죄행위로 인한 위법소득이 원귀속자에게 환원되지 않으면 과세소득에 해당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2002년에 취득한 뇌물을 2005년에 개정된 소득세법을 적용한 것이 소급과세라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개정된 소득세법은 법원 판례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해 이를 소급과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