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 8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국세청 사람들이 특히 주목할 만한 선고 공판이 오전과 오후, 연이어 진행됐습니다.
조성규 前중부지방국세청장과 안원구 前서울지방국세청 국장에 대한 선고 공판이었습니다. 조 前청장은 오전, 안 前국장은 오후 각각 선고 공판이 열렸고 2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모두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
조 前청장은 명예퇴직을 앞두고 그 동안 친분을 유지해 온 건설사 대표로부터 세무조사 편의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세간을 온통 벌집으로 만들어 놓은 대형 '스캔들'을 터뜨린 안 前국장은 수사결과 웨딩업체 대표로부터 3억원을 수수(빌린 뒤 갚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하는 한편 모 세무사로부터 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그러나 각 재판부는 조 前청장에게 징역 3년, 안 前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고등법원의 선고가 이뤄진지 10일이나 지났지만 국세청 안팎의 사람들은 여전히 "두 사람의 선고결과가 뒤바뀐 것 아니냐"며 선고결과에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법원이 두 사람의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받은 돈의 액수나 혐의내용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종합해도 받은 형량의 결과는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4억원을 꿀꺽한 사람에 비해 고작(?) 3000만원을 받은 사람의 형량이 더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이들 두 사람에 대한 재판을 판사 한 사람이 맡았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하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임에 틀림없습니다. 두 사람의 재판결과를 전해들은 대다수 친정식구(국세공무원)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양쪽의 재판을 모두 지켜본 사람들은 "두 사람이 모두 유죄라면, 다른 것을 따지지 않고 순수하게 죄의 경중만을 놓고 볼 때 안 前국장이 더 높은 형량을 받아야 마땅한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조 前청장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뇌물액수에 대해서는 부인(3000만원이 아니라 2000만원을 받았다고 줄곧 주장했습니다)했지만, 자신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겁니다.
이에 반해 안 前국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혐의 전체를 부인했고, 자신을 국가권력으로부터 부당하게 '숙청'을 당한 사람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현직 국가 최고권력(대통령)의 사적인 부분을 언급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선고 공판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 두 사람은 최후변론을 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두 사람의 흘린 눈물의 의미는 '억울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러나 그 눈물은 두 사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흔히 "법은 최소한의 상식"이라고 이야기들 합니다. 조 前청장과 안 前국장은 지난 11일과 12일 각각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대법원에서 정해질 두 사람에 대한 형량이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상식'을 보여줄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