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을 구속한 검찰이 태광 측의 정관계 로비의혹 규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여 막바지 수사의 향배가 주목된다.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이 회장 기소까지 최장 20일간인 구속기간에 태광 측이 3000억원대 비자금을 동원해 방송ㆍ금융 관련 부처 등 정관계에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중심으로 이 회장을 강도 높게 조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검찰은 구속수감되면서 궁지에 몰린 이 회장의 입에서 비자금 용처와 관련해 결정적인 진술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애초 이 회장과 어머니 이선애 상무 등 태광그룹 오너가(家)에서 폐쇄적으로 자금관리를 해왔다는 그룹 관계자들의 말에 주목해 그룹 본사와 오너가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을 통해 샅샅이 뒤졌다.
또 그룹 재무 책임자인 박명석 대한화섬 대표이사 등 고위관계자 수십 명을 소환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19일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까지 뇌물공여 혐의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고, 이에 태광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정경유착은 건드리지 못했다'는 말들이 나왔다.
자칫 `용두사미 수사'라는 지적까지 받게 될 위기에 처했던 검찰은 횡령과 세금포탈 혐의에 주목한 법원이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가까스로 한숨을 돌린 상태다.
검찰은 일단 이 회장의 신병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만큼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로비의혹을 차근차근 파헤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이 회장이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국세청, 청와대 등에 돈을 뿌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오용일 태광산업 부회장 등 최측근을 다시 불러 비자금 용처를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파문으로 퇴사한 케이블 계열사의 팀장급 직원이 조직적 로비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태광 측에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낸 점에 주목, 로비의혹과 관련한 단서 수집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산업의 전 사외이사인 전성철 변호사가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인수 전에 이뤄진 주식 거래와 관련해 태광 측과 금융당국 사이에 유착 정황이 있다며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낸 점도 검찰의 조사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또 국세청이 2007년 태광그룹 세무조사에서 상속ㆍ증여ㆍ양도세 등을 추징하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나거나 탈루 규모가 소액'이라며 고발을 하지 않은 논란과 관련해서도 추가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수사의 세부 계획을 언급할 수는 없다"면서도 "피의자 구속기간에 꾸준히 보강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해 태광 측의 비자금 용처와 로비의혹 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