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에서 '평균'이 보여주는 가치는 '절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올해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몇 %로 고성장세다'. '물가평균 상승률은 평균 몇%다' 등 국민들의 실질 체감경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도, 이 평균치라는 것이 한 나라의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치로 인정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평균치가 세금을 부과하는 일에 있어서는 그다지 효과가 크지 않은 모양입니다. 국세청이 '평균폐사율'에만 의존해 오리농장주에게 거액의 세금을 부과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 '평균폐사율'보다 많이 죽은 오리들…국세청 "매출 누락됐다"= 지방에서 오리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 그는 지난해 8월 국세청으로부터 3년치 종합소득세가 누락됐다며 8500여만원의 세금을 더 내라는 통지서를 받게 됩니다.
이유인 즉, A씨 농장의 오리들의 폐사율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을 의심한 국세청이 A씨에 대한 개별 세무조사를 실시, A씨가 총수입금액을 1억5568만원이나 누락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국세청은 A씨가 필요경비로 처리했던 3450만원도 농장업무와 상관없는 비용처리로 보고 이 금액도 손금불산입,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국세청이 이처럼 A씨를 '잠정 탈세자'로 보고 과세한 뒷면엔 '평균폐사율'이라는 수치가 숨어 있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오리협회에서 확인한 오리의 평균폐사율은 7%(50일령∼90일령)인데, A씨의 오리매입장부에는 평균단가가 4600원∼5700원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폐사율 등에 대한 증빙자료도 찾을 수 없어 '평균치'를 적용해 매출누락액을 집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A씨는 2010년 1월부터 9월까지 키우는 오리들 가운데 30.2%나 폐사 했다며 항변해봤지만, 국세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 심판원 "평균치 기대지 말고, 다시 조사하라"= 심판원은 국세청이 제시한 오리들의 평균폐사율보다는 국세청이 인정하지 않았던 A씨의 자료에 더 믿음이 갔나봅니다.
심판원은 단지 오리들이 평균치보다 더 폐사했는지 여부보다는 개별농장의 환경 및 오리가 알에서 깨어난 뒤의 서식환경 등에 중점을 두어 조사해야 된다는 입장입니다.
심판원은 "A씨가 제출한 농장 폐사율표에는 입식마리수에 도압마리수를 차감한 마리수를 폐사한 것으로 보아 산출된 폐사율이 30.2%로 나타나고 입식일자, 입식일령, 입식마리수, 도압일자, 도압마리수, 폐사마리수, 폐사율 등이 기재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심판원은 "오리 사육 전문가의 소견서 등을 검토한 결과, 폐사의 원인은 어린 오리 이동시 스트레스, 축사적응 실패, 대오리 이동시 날개 꺾임, 축사의 잠재된 질병 등이며, 오래된 축사의 경우 30%의 손실도 나타난다"고 지적했습니다.
A씨 농장은 지난 1997년 10월경 사용승인 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올해로 14년차인 '오래된' 농장에 속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심판원은 오리도 살아있는 동물인 만큼 서식환경에 따라 국세청이 과세근거로 제시한 평균폐사율보다 때론 많이 죽을 수도 때론 평균 그 이상 살아남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정리, A씨 수입금액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A씨의 탈루혐의보다도 국세청의 이상 야릇한 평균치 과세처분이 더 못미덥다는 겁니다.
심판원은 "처분청은 A씨 농장의 폐사율이 협회에서 확인하는 평균폐사율과 차이가 없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A씨 농장의 오리폐사율 및 추계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으로 다시 재조사하는 방법으로 그 결과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참고 심판결정례 : 조심2010부3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