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작심한 듯 금융당국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과연 김승유"라는 탄사가 들린다.
김 회장은 16일 금융위원회의 외환은행 매각 심사 보류 결정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문제를 '국가적인 문제', '한국의 대외신인도 문제' 등에 빗댔다.
이날 금융당국의 심사유보 결정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지만, 금융당국의 '복지부동'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KB금융에 이어 HSBC까지, 앞서 두차례나 법적 불확실성이 외환은행 매각무산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 만큼 김 회장으로서는 불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김 회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성급했다'는 지적을 넘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기다려야 하는 금융사 수장이 되레 금융당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외환은행 노조를 비롯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정치적' 배경을 놓고 특혜 시비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또, 김 회장이 이날 외환은행 인수승인의 당위성을 내세운 부분 역시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은행 지분매각 계약서에 따르면 대금지급이 3월을 넘기고 대금지급 지연의 귀책사유가 하나금융측에 있을 경우 매달 329억원의 보상금을 론스타측에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귀책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법적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심사연기로 대금지급이 지연될 경우 이는 하나금융의 귀책사유로 볼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오히려 론스타의 도덕적 결함이 원인이 된 만큼 하나금융으로서는 계약구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여지가 생긴다.
물론 론스타가 법원의 판결 번복을 이유로 한국정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설 경우 계약이 완전히 틀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은 부담이다.
그렇다고 확실치 않은 수백억대 보상금을 이유로 금융당국을 압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4조원대의 대규모 딜을 추진하면서도 금융당국과 어떠한 사전조율 절차를 거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를 놓고 외환은행 노조는 '해외 밀실협상 뒤 사후통보'라며 실사추진을 반대하기도 했다.
"제 멋대로 사고(?)치고 뒷수습은 금융당국이 하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계약이 무산될 경우 투자자들의 소송 가능성을 우려한 대목 역시 '선의의 투자자'들을 내세워 금융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1조원대의 유상증자는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한 김 회장의 '선택'이었으며, 대규모 투자자금 모집에 따른 리스크 역시 하나금융이 짊어져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사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건은 김 회장에 대한 14년 장기집권의 비난을 뒤엎고 연임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이끌어낸 일대 '사건'이었다. 그만큼 김 회장으로서는 외환은행 인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는 '상처 뿐인 승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한다손 치더라도 45년 금융인생의 '마지막 걸작'이라는 찬사(?)까지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