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펀드, 태광산업·대한화섬 주총서 패배
'母子분쟁' 동원수산 극적 타결
18일 '슈퍼 주총데이'를 맞아 400여개 상장사가 일제히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과 LG 등 주요 그룹의 대형사들은 일사천리로 주총 안건을 통과시켰다. 일부 주총장에서 경영진과 소액주주가 표(票)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대체로 회사 측 승리로 끝났다.
아직은 경영진의 벽이 높다는 뜻이다. '장하성펀드'는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주총에서 안건을 관철하지 못했다.
'모자(母子) 분쟁'으로 관심이 쏠렸던 동원수산 주총에서는 양측이 극적으로 타결했다.
◇장하성펀드 올해도 '역부족'…일부 '국지전'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일명 '장하성펀드'가 고(高)배당 등을 요구한 태광산업·대한화섬 주총에서는 회사 측 배당 안건이 그대로 처리됐다.
일부 주주들이 이견을 표출한 가운데 표결을 벌였지만, 압도적인 표차로 회사 측 안건이 통과됐다. 라자드 측은 두 회사에 주식배당과 현금배당 증액 등을 주주제안했다.
장하성펀드는 지난해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주총에서도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국보디자인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배당 등에서는 회사 측 안건이 그대로 통과됐지만,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는 감사 선임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후보가 선임됐다.
소액주주모임 네비스탁이 상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한 일부 정관변경 안건은 법원에서 변경금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처리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해 이사 선임·해임 요건을 강화하는 초다수의결제 도입은 일단 무산됐다.
아남전자 소액주주들은 주주제안 형태로 최종현 회계사를 감사 후보로 추천했으나 전날 최 씨가 돌연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결국 회사 측에서 추천한 인사가 선임됐다.
효성 주총에서는 일부 주주들이 자회사인 진흥기업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효성의 기업가치가 훼손됐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비상장사인 삼성SDS 주총에는 소액주주 운동으로 유명한 경제개혁연대가 참여해 공방을 벌였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삼성특검 재판 시 이건희 회장에게서 1천539억여원을 받았다가 227억원과 지연이자를 제외한 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업무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 실무자 차원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이사회에는 사후 보고만 했는데 이사회 검토·의결로 처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동원수산 "現대표 체제 유지"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이 예상됐던 동원수산은 양측이 타결을 이루면서 무리 없이 주총을 마무리했다.
참치 원양어업 업체인 동원수산은 창업주 왕윤국 명예회장의 부인 박경임 씨가 장남인 왕기철 대표이사를 퇴진시키고 장녀인 왕기미 상무를 대표로 선임하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을 겪었다. 왕기철 대표는 공시를 통해 박씨 측 주장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선 임기가 만료된 왕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여동생 왕 상무를 새로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타협안'이 통과됐다.
박씨가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왕 상무를 등기이사로 내세우고, 왕 대표는 지난해 인수한 자회사 ㈜유왕 지분을 환원하기로 양보하면서 극적으로 타협이 이뤄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애초 박씨 측은 왕 대표가 이사회 승인 없이 동원수산이 보유했던 유왕 지분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오는 30일 인선이엔티 주총에서도 경영권 분쟁이 예상된다.
구조조정 전문 사모투자펀드(PEF)인 서울인베스트는 경영진의 전면 퇴진을 요구하며 의결권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