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IFRS, '원칙' 앞세워 국가·업종별 특성 무시"
조선업계가 IFRS 도입과 관련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환율 위험에 노출된 자산에 대한 새로운 회계처리 표시기법인 LP방식의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올해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기존에 사용해 오던 SP방식으로만 표시될 경우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왜곡 표시될 것이라면서 LP방식의 도입을 주장해 왔다.
이에따라 조선업계는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시기에 맞춰 반드시 'LP방식'으로 재무상태를 표시할 수 있는 방안의 추가 도입을 이끌어 내기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LP방식(Linked Presentation)은 환율변동위험에 노출된 자산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한 업종에서 주로 사용하는 회계처리방식인 '위험회피회계'에서 자산·부채를 각각 표시하는 현행 SP방식(Separate balance sheet items)과 달리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해 표시(순액표시)하는 방식이다.
위험회피회계는 선박수주계약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 선물환(위험회피계약)계약을 맺는 우리나라 조선업종의 특성에 적합한 회계처리방식이다.
◆ LP방식 도입에 힘 실었던 일부 전문가 '시큰둥'
그러나 이같은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요구와는 달리 지난달 10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계기준 위험회피회계 공개초안 토론회' 이후 그동안 조선업계의 LP방식 도입에 힘을 실어줬던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6월 확정 예정인 위험회피회계 공개초안에 우리 조선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근 금감원 관계자는 조세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에 국제회계기준이사회(IASB)에 LP방식 추가 개정에 대한 뜻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금융위기 이후 IASB의 분위기가 표현의 충실성을 위해 자산·부채는 총액표시로 가자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우리 조선업계가 요구하는 LP방식 도입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도 "지난 토론회 이후 LP방식의 도입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LP방식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일반회계기준의 자산·부채 총액 표시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회계기준은 세부적인 기준이나 구체적인 회계처리보다는 기본 원칙 중심의 회계라는 점에서 개별 국가나 업종의 특성보다는 큰 테두리인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부채 차감 표시 방식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자산·부채를 총액으로 처리하는 일반회계기준 개정이 선결돼야 한다"고 전했다.
◆ 국제회계기준 '원칙' 수정 필요…IASB위원 유럽세 강해
따라서 조선업계의 LP방식의 도입 주장을 국제회계기준이사회가 수용하려면 국제회계기준의 자산·부채는 총액으로 표시 해야한다는 '원칙'을 수정해야 하는데 IASB 위원들 대부분이 조선업의 특성을 잘 모르는 유럽출신들이어서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변동환율제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결제통화가 원화가 아니기 때문에 환율 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며 "국내 조선사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선박건조 주문을 받기 때문에 여타 업종보다 환율 위험에 노출된 자산규모가 큰 편"이라며 여전히 LP방식의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선업계가 업종 특성상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위험회피회계는 일반회계와 성격이 다른 특수회계"라며 자산과 부채를 총액으로 표시하는 일반회계의 원칙을 왜 위험회피회계에까지 적용하는 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위험회피회계와 LP방식'은 도대체 어떤 것?
위험회피회계는 주로 해외에 수출을 하는 기업들 중에 장기 도급계약에 의해 향후 외화로 대금을 수령할 경우 환율이 변동할 것에 대비해 수출 계약과 동시에 일정한 환율로 대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별도의 환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국내 A조선사가 해외의 B사로부터 $100의 선박 건조 주문을 받아 계약시 $10를 수령한 후 나머지 $90은 3년 후에 수령하기로 했다면 $90달러에 대한 환율 변동 위험이 발생하게 된다.
A조선사는 선박 건조 계약을 함과 동시에 앞으로 수령할 $90에 대해서 일정한 환율인 $1당 1000원에 매도하는 위험회피관련 계약을 체결한다.
이런 계약을 맺게 되면 앞으로 해외 선박 주문사에게 받아야 할 채권과 위험회피 관련 채무가 동시에 생기게 되어 환율 변동에 관계없이 일정한 환율로 수출대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행 SP방식에서는 채권인 자산과 채무인 부채가 재무제표상에 각각 표시하게 되어 있어 자기자본대비 위험회피관련 채무가 클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위험회피회계는 주된 거래인 선박건조계약에 따라 앞으로 받아야할 외화자산에 대한 위험회피에 따른 회계처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 계약이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래선 상에 있어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 표시하는 LP방식이 이론적으로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