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지휘기구' 놓고 美.佛 생각달라..美 2선후퇴 방침 확고
獨·터키, '나토 개입' 자체 반대…'전원동의' 난망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리비아 군사 작전 지휘권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넘기는 데 합의했지만 실제 나토 내부에 단일 지휘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나토가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대(對) 리비아 군사행동의 작전지휘권을 이양받기 위해서는 28개 회원국 전원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핵심회원인 독일이 리비아에 대한 군사공격에 불참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는데다 아랍권 정서에 민감한 터키는 연합군의 리비아 군사개입에 나토가 참여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전원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나토에 지휘권 이양에 합의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내부에서도 지휘권을 행사하는 기구의 형식 등을 놓고 서로 다른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리비아 군사작전을 둘러싼 다국적군 내부의 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리비아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2일 전화통화 등을 갖고 나토가 리비아 작전을 지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을 수행 중인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에어포스 원에서 브리핑을 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프랑스, 영국 정상과의 전화통화 사실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로즈 부보좌관은 "정상들은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을 실행하고 벵가지에 대한 카다피 정권의 진압을 중지시키는 이번 작전의 실질적인 성과를 검토했으며, 나토가 향후 지휘부의 핵심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엘살바도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작전지휘권을 수일 내에 국제연합군에게 이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이 지휘체제를 만들기 위해 만나고 있다면서 "수일 내에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휘체계를 놓고는 미국과 프랑스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나토가 작전지휘권을 수행하기 위한 '위원회'의 창설을 제안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22일 새로운 기구(위원회)가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그리고 아랍연맹국들의 외무장관들을 서로 연결시켜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며칠 내에 브뤼셀이나 런던, 파리 등에서 관련 장관들이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 정권 제거에 적극적인 프랑스는 내심 나토에 지휘권을 이양하는 방안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나토가 전면에 나설 경우 서방에 대한 반감이 강한 아랍권의 반발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향후 나토의 지휘권 행사를 위한 모델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제안보지원군(ISAF) 형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 고위관리는 AFP통신에 "나토는 비(非) 나토국가들과 협력해온 경험이 풍부하다"고 말하면서 ISAF 또는 코소보 사태 당시의 KFOR(국제평화유지군) 등을 예로 들었다.
이에 따라 나토 내부에서 ▲리비아 군사작전을 위한 지휘권을 행사할 것인지 ▲행사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지휘구조를 구축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파견했던 독일의 경우 나토가 리비아 사태에 개입하는 것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이 리비아에 군사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국방부는 또 나토가 지중해에서 실시하고 있는 공중조기경보기 작전에 참가 중인 60-70명의 독일군 장병도 철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터키 정부도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작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이런 차원에서 나토의 지휘권 행사에도 반대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22일 앙카라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모임에서 한 연설에서 "터키는 결코 리비아 국민에게 총을 겨누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22일 열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의에서 자국의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며 "(리비아 군사작전을 합의한) 파리 회의에 의문을 제기하며 (군사작전을) 비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22일 나토 상주대표부 대사급 북대서양이사회(NAC)가 열린 직후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우리는 리비아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를 이행하는 작전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NAC는 2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나토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나토가 특정 분쟁에 개입하려면 NAC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돼야 한다.
외교 소식통들은 또 NAC가 이날 리비아 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에서 초계활동을 펴는 작전계획도 승인했으나 이 작전계획을 실행할지 여부에는 여전히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28개 회원국은 이와 함께 대 리비아 군사작전의 지휘권을 나토가 넘겨받는 문제에 대해서도 계속 논의 중이나 근본적으로 반대론을 펴는 터키와 '주도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프랑스가 걸림돌이 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