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국민카드 대손충당금 처리 부당행위 아냐"
국민은행이 국민카드와의 합병과 관련해 국세청으로부터 부과 받은 4000억원대의 세금은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는 국민은행이 "국민카드가 회계에 넣지 않은 대손 충당금(회수불능 채권 추산액)을 합병 후 회계처리한 것은 부당회계가 아니다"라며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4100억원대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4100억원이라는 거액의 세금의 부과와 취소소송의 출발은 200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은행이 국민카드를 인수할 당시인 2003년 9월 국민카드사 여신전문금융감독법에 따라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1조2664억원이었고, 국민카드는 이 중 4235억원에 대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손금 처리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국민카드는 대손충당금이나 대손금을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은 채 국민은행에 흡수합병됐고, 이후 국민은행은 국민카드가 보유했던 채권 중 일부인 9320억원을 손실로 기록, 2003년 법인세를 신고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중부세무서)은 국민은행이 국민카드의 채권을 넘겨받은 것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부당하게 조세부담을 감소시킨 것'으로 판단, 국민은행의 소득을 다시 계산해 법인세 4378억원, 농어촌특별세 2억6000만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국민은행은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으나, 280여억원만 부당하다고 인정되고, 나머지 세액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2010년 6월, 행정법원의 문을 두드린 국민은행은 국세청의 과세를 모두 뒤집는 성과를 얻어냈다.
행정법원 재판부는 "국민은행이 국민카드의 채권을 넘겨받은 것은 흡수합병에 따른 포괄승계이다. 채권의 권리와 의무에는 합병 전후 변화가 없는 것을 고려할 때 비정상적인 거래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대손충당금은 불량 채권이 손실로 확정되기 전 소득감소를 반영하는 것으로 납세자는 이를 설정할지 선택할 수 있다"며 "국민카드의 대손충당금 혹은 대손금을 장부에 회계처리하지 않은 것은 부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