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미계약 주유소까지 내린 가격에 공급 못해"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하 조치 이후 휘발유 등의 공급을 둘러싸고 무폴(자가폴) 주유소와 정유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정유사는 자사와 공급 계약을 맺지 않는 주유소에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이에 무폴 주유소는 정유사 상표를 단 직영ㆍ자영 주유소보다 비싼 값에 기름을 받아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는 지난 7일 0시부터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ℓ당 100원씩 내렸다.
SK에너지는 카드대금 청구시 할인 또는 포인트 적립 방식으로 전국 SK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ℓ당 100원 인하했지만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공급가 할인 방식을 택했다.
공급가 할인 방식을 택한 정유사의 인하 혜택이 특정 정유사와 공급 계약을 맺지 않은 무폴 주유소까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에서 갈등은 비롯됐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공식적으로 자사 폴 주유소에만 ℓ당 100원 인하된 가격으로 휘발유와 경유를 공급하고 있다.
가격 인하로 손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무폴 주유소에까지 내린 가격으로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무폴주유소는 타사 폴 주유소와 같아 기름을 공급할 의무가 없다"면서도 "예전부터 우리 회사와 거래를 꾸준히 한 무폴 주유소에는 융통성을 발휘해 인하된 가격에 공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이전에 거래하던 무폴 주유소에도 똑같이 100원 내린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직영, 자영, 무폴 주유소에 똑같은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하는 에쓰오일 역시 공급 물량이 부족할 경우 무폴 주유소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SK에너지는 주유소 공급가 할인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100원 인하 혜택이 있는 까닭에 무폴 주유소가 공급 요청을 꺼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주유소협회에는 기름 공급받기가 어렵다는 무폴 주유소의 불만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무폴 주유소들의 불만은 정유사가 가격 차별로 공급 제한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재고가 떨어진 주유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정유사 폴보다 비싼 값으로 기름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체 주유소의 6.5%(641개)인 무폴 주유소는 각 정유사 제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는데 정유사의 '이중가격 책정'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사 폴과 같은 가격에는 못 판다'는 정유사와 '정유사 폴보다 비싼 가격에는 못 산다'는 주유소 간의 대립은 중재를 할 만한 마땅한 기구가 없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유사가 계약하지 않은 주유소에 100원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바꾸라고 정부에서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