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차씨는 경기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평범한 샐러리맨에 불과했다.
그가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은 것은 지난 1995년 그가 삼성물산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사에서 과장으로 일할 당시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 지점장으로 현지 카작무스(당시 제즈카스간 동 콤비나트)에서 일하라"는 인사명령을 받으면서부터.
당시 파산 직전의 골칫덩어리 국영기업이었던 카작무스에 대해 카자흐스탄 정부는 위탁경영을 해 줄 회사를 경쟁입찰을 통해 찾았고, 삼성물산이 위탁경영 회사로 낙점을 받으면서 차씨가 알마티 지점장으로 임명돼 현장에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카자흐스탄 사업에서 차씨는 뛰어난 수단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장에 투입된 수십명의 삼성직원들을 진두지휘하며 경영시스템 현대화와 구리생산체제 경영방식을 바꿔 위탁경영 2년 만에 파산직전의 회사를 흑자회사로 돌려놨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현지근무 3년만인 1998년 부장으로 승진한 후 상무이사보를 거쳐 2000년엔 카작무스 최고경영자인 공동대표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됐다는 것.
경영정상화로 회사실적이 좋아지자 카자흐스탄 정부의 권유로 삼성물산은 2000년에 자회사인 삼성홍콩과 함께 카작무스 지분을 42.55%로 올려 최대주주가 됐지만, 삼성물산은 여러 위험요소를 이유로 이 회사지분을 2001년과 2004년 2차례에 걸쳐 모두 매각한다.
이때 삼성물산의 2차 지분매각에서 카작무스의 지분을 사들인 사람이 바로 차씨. 그는 현지 고려인 3세인 B씨 등과 함께 자신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페리 파트너스라는 회사를 통해 삼성이 매각한 지분을 대거 사들인 뒤 회사 사장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의 2차 24.77%의 지분매각은 2004년 6월1일 카작무스가 런던 증시 상장계획을 발표한 이후 불과 두 달 뒤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는 당시 "지분매각가격이 헐값이었다'며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카작무스를 인수한 그는 2005년 회사를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으며, 국제 구리시장의 호황 덕분에 회사시가총액이 100억달러에 이르는 등 상장이후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듬해인 2006년 회사가치가 정점으로 치솟았을 때 그는 돌연 카작무스 대표이사직을 사퇴하고 1조원이 넘는 카작무스 지분을 모두 팔아치운 뒤 잠적했다.
주식매각으로 그는 2007년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의 부자 1000명'에서 세계 843번째 부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국내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등보다 부자서열이 앞선 7위로 깜짝 이름을 올리며 유명세를 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