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G마켓, 옥션, 11번가 등 국내 3대 오픈마켓 사업자에 대해 고작(?) 1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사건과 관련,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3개사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베스트셀러', '프리미엄 상품' 등의 표현들을 실제 제품의 품질과 판매실적과는 관계없이 자사의 부가 '광고서비스'를 구매한 중개의뢰인에게 부여하는 '꼼수'를 부렸다.
실제 인기 있는 상품도 아닌데도 돈을 받고, 인기 있는 상품처럼 꾸며서 부당이득을 챙긴 것.
이렇게 업체들이 챙긴 이득은 지난 3년간에만 약 2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규모로 보나 행태로 보나 소비자는 물론 다수의 중개의뢰인들에게 부담을 전가한 이들의 '죄질'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데 공정위가 이들에게 내린 제재 조치는 과태료 1800만원과 홈페이지에 시정명령 사실을 2~3일간 공표하는 것에 그쳤다.
업체들이 두려워하는 수십,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은 물론 형사고발 등의 후속조치도 없었다.
공정위은 이렇듯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이들 오픈마켓 3사에 솜방망이처벌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행 제도상 전자상거래법 위반시 곧바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는 것.
공정위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상의 법 위반행위에 대해 곧바로 과징금을 부과할 순 없다"며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수준의 법 위반을 해야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 천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지만 이것이 영업정지 수준의 법위반이 아니고, 그 때문에 과태료부과 외에는 조치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자상거래법만의 특징도 과징금 부과의 걸림돌(?)이다.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과 달리 전자상거래법은 법 위반에 곧바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고, 1차적으로 시정조치를 거친 뒤에야 그 이행여부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가 가능토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 담합사건과 달리 전자상거래에는 수많은 업체들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공정위가 1회 위반에도 과징금(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내릴 경우, 수 만개가 난립된 영세 전자상거래 사업자들로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사건도 오픈마켓 업체들이 '초범'이기 때문에 일단은 과태료와 시정명령(공표명령)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과태료 기준도 높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1회 적발시 최고 500만원, 2회 적발시 최고 800만원 3회 적발시 최고 1000만원으로 통상 과징금 처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전자상거래법만 적용받으면 수 천억대 부당이득을 챙겼더라도 세번째 적발될때까지 수백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까지의 과태료만 물면 되는 셈이다.
법 스스로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부당이득에 탈출구를 만들어주고 있는 셈.
법의 구조적인 문제에는 국회의 책임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전자상거래의 과징금 규정을 개정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2009년 12월부터 지금까지 국회에 계류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 계류중인 전자상거래법 개정에 정치권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국회에 계류중인 전자상거래법은 상황에 따라 '시정명령'이라는 '1차 보호막'을 걷어내고, '시정명령 부과로 예방할 수 없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 공정위가 곧바로 시정명령은 물론 영업정지(과징금)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점차 커지고 거래 규모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의 피해도 잦아지고, 규모도 거대해질 수 있다.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도 그 1/100도 되지 않는 과태료 몇푼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의 개혁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