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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대·중소기업이 말하는 '세제장벽'⑤

외국 R&D지원약속 가끔 날 유혹해…흔들리는 기업들(下)

조세일보 | 연지안 기자 2011.07.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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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지원에 기업규모 왜 따지지?…과감한 지원 절실세제지원 '샌드위치'된 중견기업…强小기업 육성은 헛공약(?)최근 조세일보 기자가 만난 대기업의 한 간부는 "최근 자국에 한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찾아오는 여러 나라의 투자유치단을 만난 적이 있다"며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그는 "그들은 돈과 기술만을 가지고 자기 나라에 들어오기만 하면 투자와 R&D활동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지원과 함께 이런 저런 규제와 간섭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더라"며 "솔직히 지금 현재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고 털어놨다.특히 그는 "지금 흔들리고 있는 기업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라며 "한국에서 일자리를 늘리라고 재촉하려면 그런 환경이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국내와 해외 가운데 어디서 직원들을 더 고용했는지 살펴 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공격적으로 기업유치를 바라며 과감한 지원을 약속하는 외국에 비해 국내 환경은 대기업들이 투자를 할 유인은커녕 '대기업 혐오정서'로 설자리마저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해외의 투자유치 요구를 단호하게 뿌리치기 힘든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R&D 지원에 기업규모 왜 따지지?…과감한 지원 절실 =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화끈한 투자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올해 국내 600대기업과 30대그룹은 R&D 분야에서 각각 18.8조원(17.1%↑)과 26.3조원(26.6%↑)을 투자키로 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하지만 대기업을 위한 R&D 분야의 세제지원 환경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외국은 대포를 들고 나오는데, 소총만을 가지고 최전방에서 싸움을 벌여야 하는 대기업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다.현행 법령에 따르면 일반 연구·인력개발비의 경우 중소기업은 총액의 25% 또는 초과액의 50%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대기업은 총액의 3~6% 또는 초과액의 40%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또 신성장동력산업 분야 또는 원천기술을 얻기 위한 연구개발비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해당 연구개발비의 20%(중소기업은 30%)를 세액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다만 중견기업의 경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발생총액 기준 세액공제율을 10~15% 확대 적용토록 하고, 졸업유예기간(4년) 이후 3년간(5~7년차) 15%, 이후 2년간(8~9년차) 10%의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이에 기업들은 "기업의 규모가 커질 수록 R&D 세액지원은 줄어들게 돼 있다"며 "정작 R&D 투자지원이 절실한 곳은 글로벌기업과 직접 싸우는 대기업인데 세액공제율이 중소기업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 투자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또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 달리 세액공제율을 매출액에 반비례하는 방향으로 연동시킴으로써 동일한 R&D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이 매출액별로 차등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점도 불합리한 부분으로 지목하고 있다.중소기업의 경우 지난 2008년 12월 세법개정으로 총액기준 세액공제율을 15%에서 25%로 상향조정한 것에 반해, 대기업의 총액기준 세액공제율은 3%에 추가해 매출액(수입금액) 대비 일반 R&D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의 50%(최대 6% 한도)로 묶어 둔 부분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에 일부 대기업에서는 투자환경이 좋은 해외에서 적극적인 투자 구애를 받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투자처의 다변화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EU 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를 분석한 '우리나라 R&D 투자 상위기업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세계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은 23개, 투자액 점유율은 2.6%에 불과했다.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의 R&D 투자는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지원이 미약한 상황에서 자칫 기업들이 투자조건이 좋은 해외로 눈을 돌릴 경우 국부 유출까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중견기업, 세제지원 대폭 줄며 '정체'-성장 멈춘 대한민국 =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를 이어주며 '산업의 허리'로 자리를 매김해야 할 중견기업의 경우 R&D 세액지원 등에 있어 불만이 높다.중견기업들은 "R&D 세액공제율을 일몰 기한 없이 영구적으로 15~20%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현행 세법에 따르면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졸업 이후 4년간 평균 R&D 비용 초과분에 대해서만 세액 공제를 받고, 이마저도 단계적(5~7년차 : 15%, 8~9년차 : 10%)으로 세제감면이 줄어든다.특히 세법에 규정된 이 같은 세제 혜택은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기업에 한정돼 기존 중견기업에는 혜택이 없다는 점은 정부의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대부분 중견기업은 부품, 소재, 소프트웨어 분야 등 고용창출 여력이 많은 분야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중견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 부실은 '산업생태계의 성장판'을 닫아 버려 고용부진 등을 불러오는 연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표정호 한국중견기업학회장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이후 대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글로벌화와 연구개발 투자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며 "하지만 중소기업을 벗어난 이후 세액지원이 대폭 줄어들어 성장지체를 심하게 겪고 있다"고 전했다.정부와 산업기술진흥원,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12개 지원기관은 오는 2020년까지 세계적 기업 30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로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에 나서겠다며 '强小기업 육성'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목표와 중견기업들이 느끼는 현실에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각종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1500~1600여개로 추산되고,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의 직접적 지원제도는 160여개다. 하지만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많은 부분에서 지원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R&D 등 세액지원 역시 중소기업을 졸업한 중견기업들이 줄어든 정부지원으로 인해 투자재원 확충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부분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 2008년 97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17.2%가 중소기업 자격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답했고, 13.6%는 정규직이 아닌 임시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는 중소기업들이 세제지원 등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고육지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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