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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업계 목소리로 듣는 '세제과제'(上)

재고자산 평가방법 따라 세금 들썩?-정유·가스업계 속 탄다

조세일보 | 한용섭 기자 2011.07.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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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가열되고 있다. 이른바 한국이 일본과 중국에 끼여서 위기를 겪는다는 '샌드위치론'이 확산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글로벌 성적표는 어떨까?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2010년 매출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에 한국 기업 14개가 포함됐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이뤄진 작년 발표에서 10개사가 이름을 올렸던 것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

하지만 미국은 133개, 일본이 68개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중국이 1년새 15개 기업이 늘어나며 61개가 선정된 것을 보면 한국의 약진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또 몇몇 기업의 선전에 고무돼 우쭐해 할 수도 없다. 정부가 세계적으로 통하는 '히든챔피언'의 육성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내 대다수 기업들은 세계적인 수준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

조세·회계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종별 우수기업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업계별 특성에 맞게 기업하기 좋은 납세환경이 무엇인지, 세제상 애로사항은 없는지를 꼼꼼하게 살펴 맞춤형 지원전략을 짜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는 여러 종류의 화분을 가꾸며 각각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물과 거름을 주게되면 고사하는 식물들이 발생하듯이 정부에서 업종별로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맞춤형 세제지원을 펼쳐야 글로벌 경쟁력도 동반 상승한다는 주문인셈.

이에 조세일보에서는 동종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세제상 애로사항을 살펴 보고 개선책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 주]

정유·가스업계, 해법 모색 동분서주…별도 세무회계시스템 운영도 부담
미국도 이미 과세이연 허용…납부시점 조기로 당길 수 있어 정부도 'WIN' 

정유·가스업체는 올해 K-IFRS(한국형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재고자산 평가방법을 후입선출법에서 선입선출법이나 총평균법으로 바꿔야 하는 처지에 있다. 하지만 유가 상승으로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면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세부담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후입선출법은 최근에 구입한 재고자산이 가장 먼저 팔린다는 가정 하에 매출원가를 계산하는 방법으로 K-IFRS은 자산왜곡 가능성 등의 이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 등은 과거에 구입한 재고자산이 가장 먼저 팔린다고 가정해 매출원가를 계산하는 '선입선출법'이나 재고자산 금액에 기중에 취득한 재고자산 금액을 합하고 이를 총수량으로 나누는 총평균법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들은 최근 유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예전에 싸게 사들인 원유 가격을 적용하게 될 경우 그 마진차이 만큼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는 맹점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K-IFRS가 후입선출법을 인정하지 않지만 세법은 여전히 후입선출법을 인정해 회계상 재고자산 처리방법이 달라지더라도 세무조정을 통해 세금 부담에 변동이 없도록 숨통을 열어 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회계와 별도로 세무조정을 위한 장부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과세이연이나 분할납부를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달라진 것 없는 재고자산, 세법 바뀌지 않았는데 세금만 올라 = 조세법률주의에 따르면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높이려면 입법권을 쥔 국회에서 세법을 바꿔야 가능하다.

세법이 바뀌지 않았는데 다른 제도의 변경으로 세금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면 그야말로 조세법률주의에 정면으로 위반하게 되는 것.

그런데 정유·가스업체들은 최근 세법의 변동이 없이 K-IFRS 도입에 따라 재고자산 평가방법이 달라져 세금부담이 늘게 됐다고 아우성이다. 대체 왜, 그리고 얼마만큼 세금부담이 늘어나기에 그러는 것일까?

2010년 사업연도 공시내용을 바탕으로 '재고자산 평가방법의 변경'에 따른 주요 회사별 현금 지출 법인세 납부액의 증가액을 22%의 세율로 가정해 계산할 경우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886억원, SK가스와 E1은 각각 103억원과 64억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선입선출법이나 총평균법으로 변경하는 기업의 경우 기초 재고가 모두 당기 중에 판매되고, 추정된 법인세액은 재고자산 평가방법 변경으로 인한 법인세 효과가 모두 일시에 실현된 것을 가정하고 계산된 것이다.

이처럼 회사의 상태에는 변함이 없이 재고자산의 평가방법이 달라졌을 뿐인데도 기업들의 세금부담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이다.    
 
이에 현재 SK이노베이션의 경우 K-IFRS를 적용해야 하는 기업회계와는 별도로 후입선출법을 적용한 세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SK가스와 E1은 각각 총평균법과 선입선출법을 적용하고 있다. 또 S-OIL은 각 장단점을 고려해 향후 어떤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내부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현행 세법은 후입선출법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의 재고자산 평가방법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복잡한 세무조정 과정을 거치는 번거로움은 있겠지만 세법을 수정할 만큼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입장.

하지만 기업들은 세금을 추가로 내든 재고자산 처리방법에 대한 세무조정을 위해 별도로 세무회계 시스템을 도입하든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별도의 세무회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데 상당한 수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 시간, 인력 등 누수가 예상된다"며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물가가 오르고 기말재고가 계속 증가하는데 따라 유지해야 할 자료의 양이 방대해 지는 것은 부담"이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결국 별도로 세무회계 시스템을 위한 원시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데 자료가 방대해 질 경우 시스템 및 데이터에 대한 사고·장애로 인한 문제가 상시 존재한다"며 "이 경우 과세당국에 법인세를 추계해 신고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호황의 부메랑 맞은 정유업계, 세무조정 부담에 또 다시 시름 = 정유업계는 올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호황을 기록하며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활력을 불어 넣은 바 있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부응한다는 취지로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단행했던 국내 기름값 인하로 8000억원 정도 손실이 발생한데다가 주유소 원적관리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4348억원의 과징금의 영향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

가스업체들 또한 지난해 12월 역대 최고인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며 휘청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업계는 올해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외적인 요인에 의해 기업활동의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 극심한 피곤함을 호소하고 있다.

석유나 가스 등 재고자산의 평가방법 변경에 따른 세부담 증가도 '기업하기 좋은 납세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기업의 발목을 잡는 애로 사항이다.

이에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최근 정부 건의를 통해 "K-IFRS 도입에 따라 재고자산 평가방법을 후입선출법에서 다른 방법으로 변경하는 기업의 급격한 세부담 증가를 완화하기 위해 관련 법인세의 과세이연 혹은 분할납부를 허용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회계투명성 제고라는 정책 방침에 호응해 K-IFRS를 도입했을 뿐인데 이 때문에 세부담이 늘거나 세무조정을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요지다.

업계에서는 재고자산 평가방법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막기 위해 다양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별도의 세무회계시스템을 구축한 곳도 있고 세법 개정 건의에 대한 추이를 지켜보며 잠시 결정을 미뤄둔 곳도 있다.

하지만 업계는 재고자산의 평가방법 변경으로 인한 세부담 증가액을 과세이연 또는 유예해 납부할 수 있도록 법인세법을 개정해 주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이미 미국은 재고자산 평가방법 변경으로 인한 현금 지출 세액이 증가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증가분에 대해 4년에 걸쳐 이연해 부담토록 하고 있다.

한 조세회계 전문가는 "정부에서는 세법에 후입선출법이 허용된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세무조정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정부의 입장에서도 세부담 증가분을 과세이연 또는 유예할 경우 기업이 해당 영업을 종료하거나 의도적으로 후입선출법을 적용해 재고자산의 기말재고를 감소시킬 때에 과세할 수 있는 법인세액의 납부시점을 조기로 당길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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