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롯데그룹 등의 계열사들이 특정 회계감사인을 집중적으로 선임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인의 독립성과 회계 투명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과 한 기업집단 계열사들의 감사인을 통일하는 것이 회계감사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그룹(공정위 지정 소속회사 63개)에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회사 52곳 가운데 34곳(65.4%)이 최근 사업연도 기준으로 삼일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비금융계열사 중에는 감사보고 의무를 진 43곳 중 31곳(72.1%)이 삼일의 감사를 받았다. 상장등록사 14개 중에선 8곳(57%)이 삼일의 감사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삼성전자 전기 SDI 테크윈 등 전자계열사 4곳은 모두 삼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LG그룹(49개)은 외부감사 의무가 있는 계열사 41개 가운데 19곳(46.3%)이 삼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비금융계열사 중에는 감사의무 회사 36곳 가운데 18곳(50.0%)가 삼일을 외부감사인으로 두고 있다. 상장등록사는 19곳 가운데 10곳(53%)가 삼일의 감사를 받았다.
롯데그룹(35개)은 외부감사 의무회사 30곳 중 17곳(56.7%)가 삼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현대중공업그룹(6개)은 외부감사 의무회사 6개 가운데 5곳(83.3%)가 삼일의 감사를 받았다.
삼일의 금액기준 국내 회계감사 시장점유율은 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건수 기준으로 금감원에 제출된 2002년 12월말 기준 감사보고서(정정포함) 9776건 가운데 삼일이 제출한 것은 1390건(14.2%)이다.
그룹별로 다른 회계법인에 대한 편중현상도 나타났다. 포스코그룹(15개)은 외부감사 의무회사 14곳 가운데 9곳(64.3%)이 KPMG삼정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았다. 한솔그룹(13개)도 외부감사 의무회사 12곳 중 7곳(58.3%)이 KPMG삼정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한화그룹은 금융계열사 6곳 가운데 절반인 3곳이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직전사업연도말 기준 자산이 70억원 이상인 회사나 상장 등록회사는 각각 외부감사법과 증권거래법에 따라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대기업 계열사가 특정 감사인을 집중적으로 선임하는 현상을 놓고 회계업계과 당국은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부 회계전문가들은 특정 기업집단에 대한 감사인 한 회계법인으로 집중될 경우 감사가 치밀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A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연결감사를 진행할 때 개별기업 감사보고서의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같은 회사 동료 회계사가 한 것이라면 지적하기 힘들다”며 “웬만한 회계상 오류는 서로 그냥 눈감아는 주는게 관례”라고 말했다. 다른 회계사는 “감사인 입장에서 수십개의 대기업 물량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깐깐한 회계감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회계당국은 회계업무상 모회사의 감사인이 자회사의 감사도 맡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연결재무제표에 대해 감사를 할 때 회계법인이 작성한 개별 재무제표를 놓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모회사과 자회사의 감사인을 통일하는 것이 추세”라며 “오히려 각 기업집단이 감사인을 통일할 경우 회계감사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SK글로벌 분식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SK그룹 계열사의 감사인이 삼일 안진 안건 영화 KPMG삼정 하나 대주 신한 이원 등으로 골고루 분산돼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