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규모는 사상 최대…현대차, 기아차 순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미리 파는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며 증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공매도 규모는 최근 전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의 5% 수준으로 급증했다. 주가 급락장에서 오히려 수익률이 높아지는 공매도가 늘어났다는 것은 국내 주식의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9일 한국거래소의 통계를 보면 코스피가 2.59% 급락한 지난 3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4천327억원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5.38%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음날인 4일 공매도 거래 비중은 2.98%로 줄었으나 5일에는 다시 4.16%로 급증했다.
공매도 비중 5.38%는 `리먼사태'가 터지기 한 달 전인 2008년 9월17일 5.52% 이후 최고치다. 한국 유동성 위기설 등이 확산한 여파로 공매도 비중이 2008년 8월22일 8.11%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나서야 이 수준은 낮아졌다. 금융위원회가 2008년 9월24일 공매도 규제 강화안을 발표하고 10월 1일부터는 공매도를 아예 전면 금지하자 공매도 비중이 급격히 줄었다.
최근 공매도 실태를 보면 2008년 증시 악몽이 떠오른다. 당시 약세장에 공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진 탓에 증시에서 백약이 무효였다. 당국과 기관 등의 주가 부양 노력이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매도는 올해 들어 유난히 높은 수준이다. 2011년 월별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월 1.73%, 2월 2.23%, 3월 1.93%, 4월 1.88%, 5월 2.97%, 6월 2.84% 7월 2.58% 등으로 1~2% 대에서 움직였다. 최근에는 5%대로 급등했다.
외국인들이 주로 거래하는 공매도 규모가 급증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대거 투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이 된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이 갈수록 주주총회를 앞두고 공매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8월에 공매도가 거래대금의 5%까지 올라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고 평가했다.
공매도 금액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 3일 공매도 규모인 4천327억원은 공매도 집계가 시작한 2008년 6월23일 이후 일별 기준으로 최고치다. 코스피가 2,000선에서 단기간에 큰 폭으로 내린 영향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종목별로 2~5일 현대상선의 공매도가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5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아모레퍼시픽 24.61%, 삼성전기 16.56%, SK텔레콤 14.11% 순이었다.
현대제철(12.18%), 한화케미칼(11.97%), 현대백화점(11.36%), 현대산업(10.5%), 제일모직(10.23%), 삼성엔지니어링(8.85%), POSCO(8.72%), LG전자(8.68%) 등의 비중도 매우 높은 편이다.
금액 순으로는 현대차가 1천1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아차가 830억원으로 2위였다. 한화케미칼, 현대중공업, 삼성전기, POSCO, OCI, 현대제철, LG전자, 제일모직, S-Oil 등이 그 뒤를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