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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말하는 세제개편]

"2백만원짜리 가방에 없고, 모피(毛皮)엔 있다"

조세일보 | 이상원, 유엄식 기자 2011.08.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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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대상 업계, "개별소비세 과세기준 현실화해야"

개별소비세는 이른바 사치성 소비에 붙는 세금이지만, 세법에 열거돼 있는 항목에만 과세하도록 하고 있어, 품목간의 과세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모피의 경우 200만원이 초과되는 경우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이지만, 명품이라고 불리는 유명브랜드의 가방이나 일반 의류의 경우 200만원이든 300만원이든 개별소비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세법에 보석, 귀금속, 고급사진기, 고급시계, 고급모피, 고급융단, 고급 가구 등에 20%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밖의 고가의 의류나 고가의 전자제품 등은 과세대상으로 열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모피에 부과되고 있는 개별소비세의 과세기준을 현실화해 달라는 모피업계의 건의를 수렴해 기획재정부에 전달하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 과세기준 모호한 개별소비세 = 개별소비세는 부가가치세의 역진성을 보완하고, 사치성이 있는 품목에 세금을 더 부과하기 위해 1977년 '특별소비세'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

말 그대로 특별한 소비에 붙던 특별소비세는 소비패턴의 대중화로 사치세 기능이 퇴색되면서 2008년부터는 외부불경제를 교정하는 '개별소비세'로 이름을 바꿨지만 외부불경제 품목에도 과세되고, 사치성 품목에도 과세되는 이중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투전기, 오락용 사행기구, 총포류 등(7%)에 과세되는 동시에 귀금속과 고급시계, 사진기, 모피, 가구에도 '고급' 품목(20%)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과세되고 있다. 심지어 한약재 등으로 소비가 일반화돼 있는 녹용이나 로열젤리도 아직 과세대상이다.

지난해부터는 '고급' 여부와는 관계없이 대형 냉장고·에어컨·세탁기·TV 등 에너지 다소비 물품에도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기 시작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고급'이라는 표현을 세법조문에 직접 사용해가며 가격기준까지 정해 놓은 것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시계, 모피, 사진기는 200만원이 넘으면 '고급' 물품으로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이고, 가구는 1조당 800만원 또는 1개당 500만원 이상이면 과세대상이다. 가격기준은 물론, 과세대상으로 열거조차 돼 있지 않은 다른 물품과의 차별이 심각한 수준이다.

□ 업계 "과세기준 현실화" 요구…정부 "일리 있다" 긍정적 고민 = 모피나 시계의 개별소비세 과세기준가격이 200만원으로 결정된 것은 지난 2001년이다. 이후 10년간 물가는 몇 배로 뛰었지만 이들 과세가격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국모피제품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모피를 화려하게 보고, 특정인들만 입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이제는 혼수품은 물론, 중산층 여성들의 필수품이 되고 있다"며 "시대 흐름에 맞춰 과세가격기준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피업계의 생산구조에 비춰볼 때에도 현행 개별소비세 과세기준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모피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이나 러시아가 최근에 원자재가를 30% 이상 인상하고 있다"며 "백화점 등에서 할인경쟁이 심하다 보니, 원자재가는 물론 세금까지 생산업체가 고스란히 부담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사치를 막기 위해 소비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생산업체가 세금까지 부담하고 있다는 것.

모피업계는 모피의 개별소비세 과세기준을 현행 200만원 이상에서 500만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상황이다.

모피나 시계 등을 사치품으로 보는 기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특소세 과세대상은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다"며 "주로 중소기업들의 생산품목인 귀금속, 모피, 시계 등은 판로 확대와 가격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개별소비세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조세연구원도 2009년 기획재정부 연구용역을 통해 "사진기와 모피, 시계, 융단, 가구의 경우 고가품 시장에서의 국내기업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개별소비세 과세로 인해 시장 진입이나 개척이 봉쇄되는 등 경쟁력 제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업계의 의견에 상당히 일리가 있다"며 "모피산업 등은 제조업이기 때문에 다른 산업과의 형평을 고려해서 깊이 있게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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