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자금 주도권,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남녀 격차 적어
임시직 많은 여성 고용형태가 가정 내 재무 결정권에 영향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가정 내 재무 결정에서의 성 평등 정도가 확연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하나HSBC생명은 HSBC보험그룹이 17개의 세계 주요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보고서 '가족의 중요성'을 발표했다.
이 설문은 2010년 하반기에 아메리카 5개국(미국·캐나다·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 유럽 3개국(영국·프랑스·폴란드), 중동 2개국(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아 7개국(중국·홍콩·인도·한국·말레이시아·대만·싱가포르)의 30~60세 경제활동인구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한국에서는 1096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은퇴 자금에 대한 결정에서 배우자보다 주도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답한 남·녀의 비율이 한국은 35%, 32%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중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재무 결정권에 있어 남녀평등을 이뤘다. 중국은 36%, 36%로 남녀가 동등한 비율이었고, 대만은 남성이 35%, 여성이 39%로 나타나 여성의 주도권이 남성보다 더 큰 유일한 나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은 39%, 27%, 영국 37%, 25% 등으로 한국보다 남녀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남녀의 불평등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53%, 18%)와 아랍에미리트(45%, 10%)였다.
세계 평균적으로는 여성이 가계의 재무 결정권에서 남성에 비해 결정권과 책임에서 소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젊은 층인 30대에서조차 38%의 남성이 은퇴 자금에서 주도권을 지니고 있다고 응답, 여성 24%보다 14%p 더 많았다.
은퇴 자금에 관한 문제 외에도 가정에서의 다양한 재정 계획에서도 전반적으로 남성들이 결정권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구입 및 유지, 대출 상환, 신용카드대금 및 은행 관련 업무, 의료비 및 건강·생명보험 등 거의 모든 가계 재무 결정권에서 남성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성이 책임감을 더 가지는 영역은 유일하게 가계 예산 관리였다(남 34%, 여37%).
이에 대해 HSBC보험그룹은 "여성들이 단기성 재무 결정에는 신경쓰지만 노년의 부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장기적 재무 결정에는 소극적"이라며 그 원인으로 고용 추세를 들었다.
절반에 가까운 여성들이 임신과 함께 직장을 그만둔다는 점(47%), 파트타임 여성 근로자들이 퇴직시 금전적인 문제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30%), 은퇴에 대한 낮은 기대감이 직장에서의 여성 고용 불안정 때문이라는 점(53%) 등이다. 결과적으로 고용 형태가 집안의 재무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차이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하나HSBC생명보험 하상기 대표는 "가정의 재무 계획에서 드러나는 성별 격차는 여성의 노후가 남성보다 더 취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성별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도 여성들의 교육 기회를 늘리고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정 내에서는 특히 은퇴를 포함한 재무 설계 결정권의 공유가 부부 모두의 행복한 은퇴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