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의 파생상품거래세 부과 움직임에 업계는 후폭풍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나섰다. 당장 파생상품시장은 거래 급감 등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의원 간의 입장이 엇갈리며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업계, 유동성 위축 '우려'= 증권업계는 거래세 자체의 부과만으로도 상당한 유동성 위축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실제로 승수가 상향된 K200 옵션은 5.2%의 거래량 감소가 나타났다. 승수 인상 전인 지난해와 비교하면 206만계약에서 196만계약으로 거래량이 떨어졌다.
특히 변동성이 지난해 보다 다소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거래량 감소는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2차적인 충격도 불가피 할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거래비용에 가장 민감한 투기수요의 이탈은 전반적인 유동성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차익거래처럼 주식과 연계된 매매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스크에 대한 헤지 목적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어 현물시장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파생상품 거래세는 부과 여부가 핵심이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치권, 다른 의견에 '갈팡질팡'= 지난 9일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이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후 여당은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놔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16일 새누리당 대통령 경선에 참여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파생상품거래세 도입 유보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다음 날인 17일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 의장은 장내 파생상품에 0.01%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
특히 이 법안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다뤄졌던 내용보다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당시에는 파생상품거래세에 대해 시행 첫해는 세율 없이 준비기간으로 삼고 4년 후부터 0.001%를 과세하다가 단계적으로 0.01%까지 확대하기로 했었다.
복지 재정을 늘려야 할 정부는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에 긍정적이다. 정부는 내달 발표할 세제 개편안에 파생상품 거래세 신설 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져 파생상품 거래세는 다시 홍역을 겪을 전망이다.
□ 법안 통과 무난하다는데…시행시기는? =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파생상품거래세에 찬성하고 있어 관련 법안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은 파생상품거래세 부과로 과열 투기를 줄일 수 있으며, 세수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를 당장 시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거래세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유럽 위기 등으로 인해 주식 및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된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파생상품 일평균 거래대금은 54조6358억원으로 지난해 66조2987억원보다 무려 17.6%(11조6629억원) 감소했다. 2010년에 비해서도 1조7843억원 줄어들었다.
거래량도 동반 급감했다.
올 들어 1분기 한국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은 7조1572만4212계약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29.6% 줄었다.
이에 따라 세계 파생상품시장 거래량 1위는 13년 만에 한국에서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ME)(7조6308만4221계약)로 넘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