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국 장기근무자 교체…'비리' 유인 차단
역량 우수 여성사무관 주요보직 '전진 배치'
상당수의 조사국 출신 사무관급 이상 간부들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 금품수수 혐의로 쇠고랑을 차는 등 적지 않은 망신을 당한 국세청이 결국 '칼'을 빼들었다. '쇄신'을 명분으로 조사국에 날카로운 메스를 가했다.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교훈을 이번 인사의 주테마로 잡고 복수직 4급 중 조사국 3년 이상 장기근무자 대부분의 보직을 이동조치 한 것이다.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비리의 가능성을 싹부터 잘라내겠다는, 인사권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이 29일 발표한 복수직 4급 및 사무관 전보인사(30일字)를 통해 자리이동을 한 인원은 총 145명(본청 19명, 지방청 51명, 세무서 74명, 교육원 1명). 전체 정원의 12%가 움직인, 규모 측면에서는 소폭 인사였다.
본·지방청 전출입은 현 보직 1년 이상 근무, 세무서 전출입은 현 보직 2년 이상 근무를 기준으로 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
다만 세무서 전출입의 경우 운영지원과장, 납세자보호담당관 등 비선호보직에 배치됐던 초임 사무관들은 현 보직 1년 이상 근무인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전보를 허용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함께 올해 전입한 행시출신 사무관 13명은 비수도권 지방국세청에 배치했고 지난해 전입한 8명의 행시출신 사무관들은 전원 수도권(중부국세청)으로 끌어올려 배치했다.
이번 인사의 최대 특징은 세무조사와 관련한 부조리 발생여지를 잘라내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각 지방국세청 조사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복수직 4급 간부들이 이 여파에 휩쓸려 대거 자리이동을 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서울국세청 8명, 중부국세청 5명 등 조사국에서 3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 복수직 4급 간부 13명 중 11명(84.6%)이 타 지방청 또는 타 조사국으로 전출됐다. 아울러 수도권 지방국세청 조사국 팀장(사무관급) 34명도 교체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원이 밀집된 수도권 지방국세청 조사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기강을 세워 부조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며 "다만 중부국세청 조사4국 등 신설 조직 소속자들은 인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지난해 9월 5급 승진내정을 받은 후 정식 사무관 임명장을 받지 못했던 이들(7명)이 전원 사무관으로 임관, '직무대리' 딱지를 떼고 정식 세무서 과장에 보임 됐다. 특히 5급 승진 후 타 지방국세청에 배치, 1년 이상 원거리 근무를 한 인원들은 전원 원 소속 지방국세청으로 되돌려보냈다.
이와 함께 업무역량과 조직관리능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유능한 여성간부들을 지방국세청 및 세무서 주요보직(서울국세청 5명, 중부국세청 1명, 광주국세청 1명)에 전진 배치, 고위 여성 간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것도 눈에 띄는 대목.
국세청은 아울러 업무 연관성이 높은 조세심판원과 1명의 사무관급 직원 인사교류(국세청 전입 : 홍기범, 조세심판원 전출 : 홍석연)를 단행했으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징계대상자들은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해 하향전보 조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