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예비입찰 무산·농협 노사 단협 타결 등 영향
실리 얻은 파업 주축 세력 이탈로 파업 동력 급랭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7.30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긴급 철회했다.
29일 금융노조는 오후 긴급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파업연기를 결정했다.
표면상 파업 연기이지만 주요 핵심 사안이 해결되며 파업의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사실상 파업 철회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노조는 "이번 총파업 경고 만으로도 메가뱅크 저지, 산은 민영화 저지, 농협 자율성 확보·고용안정 특별단협 체결 등 큰 성과를 거뒀다"며 "올해 임단협 4대 핵심 사안 중 3대 핵심 사안이 해결돼 파업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 연내 민영화 무산과 농협 노사의 자율성 확보·고용안정 특별단협 체결로 인해 파업의 주축 세력인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중앙회 노조의 파업 참여 명분이 약해진 만큼 금융노조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우리금융 예비입찰이 무산된 이후 파업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농협 노조마저 노사간 특별단협을 체결해 자율성 확보·고용안정 등을 합의한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29일 농협 노사는 농협의 자율성과 직원의 고용안정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고 사업구조개편과 관련한 산적한 내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 등에 대해 합의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이번 금융노조의 총파업 철회를 두고 명분 대신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임단협에서 금융노조가 내건 사회적 약자보호를 위한 대학생 무이자 학자금 지원 등은 파업의 핵심 사안이 아니었다.
그보다 KB금융의 우리금융 인수 추진에 따른 메가뱅크 우려, 농협 MOU 체결로 인한 관치금융 논란이 핵심 사안이었으며, 이에 따라 총파업의 주축 세력도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이 삼각축을 이뤘다.
하지만 총파업 전에 극적 합의를 이루며 실리를 얻은 주축 세력의 이탈은 파업의 동력을 크게 떨어 뜨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12년만의 총파업은 사회적 약자보호와 금융의 공공성이라는 명분보다 실리를 택하며 급속히 사그러들게 된 것이다.
사실 금융노조가 7.30 총파업 이후 8월과 9월 등으로 이어진 투쟁계획을 잡았던 것은 몇몇 이슈에 집중하기 보다 정치적 이유가 컸다. MB정권에서 크게 훼손된 금융의 공공성을 되찾자는 대의를 내세웠던 것도 그 때문.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우리금융 등 현안이 해결되더라도 총파업 강행 의지를 내비춘 것도 실리보다는 명분을 강조하려는 뜻이 강했다.
이를 의식한 듯 금융노조는 "파업을 연기하지만 20만 대학생 무이자 학자금 지원, 신규인력 채용 확대를 통한 청년실업 해소, 비정규직 채용금지 및 제도폐지 등 사회적 약자보호를 위한 올해 임단협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총력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금융노조 소속 35개 지부의 헌신적인 투쟁으로 정권말 졸속적으로 추진해온 메가뱅크와 산업은행 IPO를 저지하고, 농협 노사가 자율성 확보·고용안정 특별단협을 체결하는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우리의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며 "그동안 이 정권이 추진해 온 잘못된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식을 바꿔내고 경남·광주은행의 독자생존 민영화를 이루기 위한 투쟁과 농협에 강요한 불법적 MOU를 완전 폐기하기 위한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