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웬수 같은 남편이 사실상 이혼상태에서 한푼의 생활비를 보태주지 않아 홀로 어렵게 자녀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법률혼 관계에 있더라도 근로장려금 지급여부는 남편의 소득을 제외하고 소득기준을 따져야 한다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왔다.
비록 세법에서 법률상의 배우자를 포함한 거주자의 연간 총소득 합계액이 1700만원 미만일 것을 근로장려금 지급요건으로 정하고 있지만, 저소득 근로자의 근로를 유인하고 실질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근로장려세제 입법 취지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심판원의 입장.
심판원은 3일 "경기도에 사는 A씨가 '집을 나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는 남편의 소득을 이유로 국세청이 근로장려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억울하다'며 심판청구를 제기, 심리결과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심판원에 따르면 A씨는 남편 홍씨가 2001년 가출한 이후 10년 넘게 홀로 힘들게 아들을 키우고 있으며, 정부가 자녀를 혼자 키우는 가족을 지원하는 '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로도 선정돼 최근까지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홍씨는 가출이후 주민등록이 말소됐다가 2005년 분가이후 단독세대로 주민등록이 돼 있었지만, 다시 거주불명으로 2010년에야 직권등록이 됐다는 것이 심판원 설명이다.
A씨는 남편에 대한 가출신고를 2005년 했으며, 현재는 남편 홍씨를 상대로 법률구조공단에 재판상 이혼과 함께 친권자 및 양육자지정도 요청해 놓은 상태다.
그런 A씨가 살림에 보태 쓰기 위해 근로장려금 지급기간이었던 지난해 5월 국세청에 근로장려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귀신같은 국세청은 남편의 소득까지 찾아낸 뒤 남편과 합친 소득금액이 지급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는 것.
A씨는 "남편이 가출해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등 사실상 이혼상태로서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정부지원도 받고 있는데, 남편 소득과의 합산금액이 근로장려금지급 기준금액을 초과한다고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심판청구를 제기한 것.
반면 국세청은 "A씨와 남편 홍씨는 현재 법률상 부부로 돼 있고, 남편의 근로소득이 확인돼 A씨는 근로장려금 신청대상이 아니다"며 "A씨에게 근로장려금 지급을 거부한 것은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심판원은 이에 대해 "세법상 과세요건 등으로 규정된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만, 저소득 근로자의 근로를 유도하고 실질적인 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근로장려세제는 법을 도입한 취지와 목적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처럼 '한부모가족 보호대상자'로 아들과 함께 생계를 유지하며 남편을 상대로 이혼재판을 청구 한 것 등의 상황이면, 근로장려금 지원대상 판정을 할 때 '다른 배우자의 소득을 합산하지 않는 것'이 근로장려세제 도입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 심판원의 설명이다.
심판원은 이에 따라 "남편의 소득을 제외하고 A씨만의 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이 된다"며 "국세청이 A씨에 대해 근로장려금 지급을 거부한 것은 잘못으로 판단되는 만큼, A씨에 대한 근로장려금지급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참고 심판례 : 조심2011중3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