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마땅히 내야할 신성한 의무이지만, 성실한 일반 납세자에게 피해를 주는 탈세·체납 등 불법행위는 여전하다.
지난해 국세 체납발생 금액만 23조338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체납 및 탈세행위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며, 수법도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체납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국가재정의 기반이 되는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국세청 공무원들의 힘겨운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1000만 국민이 밀집한 서울 시내에서 수많은 불법 탈세·체납행위를 적발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최근 박병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3팀장(사진)과 이철재·이경선 등 2명의 조사관들은 추징세액만 총 1015억원에 달하는 불법 탈세행위를 적발했다.
박 팀장과 2명의 조사관들은 잃어버렸던 1000억원 상당의 세금을 전액 현금으로 징수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4일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2012년 예산성과금 심사위원회'를 통해 1500만원의 성과금과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도 받게 됐다.
□ 신종 '묻지마 채권' 탈세…"끈질긴 자금 역추적으로 덜미" = 지난해 박 팀장은 주식을 명의신탁하는 수법으로 자녀에게 불법 상속·증여한 탈세행위를 포착, 2명의 조사관과 함께 즉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박 팀장에 따르면 조사대상이었던 A씨는 서울 시내에 상당한 회사를 보유한 자산가로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수십 년 전부터 회사 임원 등에게 차명으로 보유(명의신탁)하게 한 뒤 자녀가 대주주인 또 다른 회사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낮은 가격으로 팔았다.
특히 A씨는 수십 년 전 명의를 빌려줬던 임원 등이 나이가 들자 회사 대리점 주인 등에게 무기명채권을 줬고, 채권을 판 돈으로 명의신탁된 주식을 사도록 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
수 차례 걸친 명의신탁으로 국세청의 레이더망을 피한 A씨가 자금출처 조사가 불가능한 무기명채권까지 활용해 증여세를 회피해온 것이다.
현행 금융실명법상 세무조사 특례가 적용돼 자금출처 조사가 불가능한 일명 '묻지마 채권'(무기명 채권)을 주식 취득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며, 박 팀장과 직원들은 세무조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박 팀장과 직원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명의신탁된 주식의 주식변동내역과 관련 서류를 확보한 뒤 끈질긴 재산분석과 금융조사를 실시해 탈세행위를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에 A씨를 비롯한 탈세행위 가담자들은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총 1015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했다.
박 팀장은 "무기명 채권은 특성상 세무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채권을 팔아서 쓴 자금을 추적했고, 자금이 A씨의 아들에게 들어간 상황을 포착한 뒤 거꾸로 추적해 명의신탁임을 밝혀냈다"고 조사과정을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수십 년에 걸친 탈세행위인 만큼 금융기관으로부터 충분한 자료 협조가 필요했지만, 금융기관으로부터 제대로 협조를 받기가 힘들어 조사를 진행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박 팀장은 "금융기관 전표 보관기간은 5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자료를 폐기하기 때문에 협조를 받기가 힘들다"며 "금융기관의 협조를 받지 못해 A씨 등으로부터 본인 통장을 제시받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금융기관은 전표를 사진 등으로 촬영해 전산매체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상속·증여세의 경우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은 10년인데, 금융기관 자료보관 기간을 5년으로 한정한 것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 팀장은 "같은 팀원으로서 지난 몇 개월 동안 같이 고생한 이철재, 이경선 조사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이번에 받게될 예산 성과금은 직원들과 함께 좋은 일에 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