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원가 508원 불과…배보다 더 큰 세금 '574원'
오비맥주 20일부터 출고가 5.89% 인상… 1081.99원
하이트도 지난달 5.93% 올려… 출고가 1079.62원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말 맥주의 공장 출고가격을 인상한데 이어, 오비맥주도 20일부터 카스와 오비골든라거 등 전제품 출고가격을 5.89% 인상했다.
맥주가격 인상을 놓고 생활물가가 뛰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오비맥주의 제조원가는 얼마나 될까?
오비맥주의 병맥주 500ml의 출고가격은 1081.99원이다. 출고가격에는 주세, 교육세,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 세금을 제외한 제조원가는 508.07원에 불과하다.
맥주에 붙는 주세는 무려 72%다. 따라서 500ml 병맥주의 경우 제조원가 508.07원의 72%인 365.81원이 주세가 부과되고 주세의 30%인 교육세 109.74원이 덤으로 붙는다. 여기에 제조원가와 주세, 교육세를 합한 금액의 10%인 98.37원이 부가가치세가 추가된다.
결국 출고가에 붙어있는 세금만 573.92원원이며 이는 제조원가 508.07원을 넘는 수준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주류가격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제조원가는 출고가격의 46.9%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세금이다.
오비맥주가 생산하는 다른 맥주 제품에 부과되는 세율 또한 500ml 병맥주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어 대부분의 제품 제조원가는 출고가의 46.9%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막걸리와 같이 정책적으로 주세를 크게 낮춘 경우를 제외하고는 맥주, 소주, 양주 등 일반 주류제품들은 세금이 제조원가보다 훨씬 많다.
오비맥주는 대형마트와 주류 도매상에 20일 출고분부터 병맥주, 캔맥주, 페트맥주 등 전 제품 가격을 5.89% 올리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2009년 10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올리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카스 병맥주 500㎖의 출고가격은 1021.80원에서 1081.99원으로 60원가량 올랐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 일반 소매점의 판매가격은 1300~14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GS슈퍼에서는 카스 병맥주 500㎖가 하이트맥주와 같은 가격인 133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에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28일부터 맥주의 공장 출고가격을 5.93%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하이트 500㎖ 병맥주 출고가격도 1019.17원에서 1079.62원으로 60원 정도 올랐다.
소주나 양주도 맥주와 같은 세율인 주세 72%로 되어 있으며 교육세와 부가세도 맥주와 같이 부과된다.
국민들이 마시는 술에는 제조원가보다 훨씬 많은 세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은 ‘세금'을 마신다’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니다. 국민들이 술을 많이 소비할수록 세금은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지난해 주세로 거둬들인 세수는 2조5000억원 규모. 2010년에는 주세로 2조8621억원을 징수했다.
정부의 징세부처는 국민들이 술을 많이 마셔주면 한 푼이라도 재정수입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고마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보건당국으로선 국민 건강을 해칠 수있어 반갑지 않은 세금이 될 수 있다.
